[생생월드] 중국이 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앵커: 지구촌 소식을 중앙일보 국제부문 기자들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생생 월드' 시간입니다. 오늘은 유광종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유 기자, 안녕하십니까?
기자: 안녕하십니까.

앵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전해 주실 건가요.
기자: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지난 6일 만났습니다. 평소 같으면 중국이 노발대발할 사건인데요. 결론적으로 중국의 반응이 예전과 크게 다릅니다. 달라이 라마를 중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중국의 입장에 뭔가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습니다.

사르코지-달라이 라마 면담에 '모른 척'

앵커: 달라이 라마를 외국 지도자가 만났을 때 중국 반응은 평소 어땠나요.
기자: 중국 정부는 티베트를 영원한 중국의 일부라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가 외국 국가원수를 만나면 이를 중국의 분열을 노리는 행위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평소 같으면 중국 외교부가 초강경 발언을 쏟아냅니다. 중국 국내에서도 상대 국가 상품 불매 운동 같은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게 관행입니다.

프랑스 상품 불매운동론 '반짝'에 그쳐

앵커: 그럼 이번에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습니까.
기자: 물론 중국 정부의 형식적인 비난이 있었습니다. 이어 중국 네티즌을 중심으로 프랑스 상품 불매 운동론이 8일 잠깐 일어났지만 이내 잠잠해졌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유럽연합 의장 자격, 즉 유럽의 대표로 달라이 라마를 만났는데도 말입니다.

앵커: 왜 달라졌는지 설명해 주시죠.
기자: 아직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반응으로 볼 때 티베트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에서 달라이 라마의 행동에 대해 과거처럼 강경 대응할 필요가 없겠다는 내부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에 그와 관련된 조짐이 있었습니까.
기자: 잘 알려져있다시피 올해 3월 티베트 라싸에서 유혈시위가 발생했습니다. 국제적으로 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에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티베트 문제가 어느때보다도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른 계기였습니다. 중국으로서는 티베트 문제를 다시 점검하는 기회가 됐을 수도 있습니다.

티베트 망명 정부 온건노선도 영향
앵커: 3월에 벌어진 유혈시위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습니까.

기자: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지난달 인도 다람살라에서 특별회의를 했습니다. 앞으로 독립 추구보다는 중국으로부터의 자치권 획득으로 정책방향을 잡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강경 투쟁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컸지만 결과적으로 온건노선을 택했습니다. 이 점도 큰 이유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권 존중 오바마 정부 출범이 견제역
앵커: 그것 말고는 다른 변수라고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기자: 국제적인 환경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중국에도 닥쳤습니다. 더구나 인권과 가치를 중시하는 오바마 정부가 곧 미국에서 출범할 예정입니다. 중국으로서는 불리한 국제환경이지요. 티베트 문제에 대해 중국이 초강경으로 대응할 경우 국제사회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인 티베트 문제를 극대화할 필요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앵커: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중국 외교의 일관된 원칙은 '하나의 중국'입니다. 이런 중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불리한 국제환경 조성은 피해갈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중국은 당분간 티베트 문제에 대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오늘은 티베트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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