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 폭발적 사운드.현란한 몸짓 관객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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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한 재미동포 청년 뮤지션이 일으킨 '파동'에 국내 음악팬들의 가슴이 일렁거리고 있다.

전자바이올린의 강렬한 사운드와 현란한 몸짓으로 무대를 달구는 일렉트릭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Eugene Park.22.사진).

필리핀 출신 바네사 메이의 파격적 패션과 율동에 익숙한 팬들조차“열정과 파워가 넘친다”며 열광한다.바네사 메이가 우아하고 고상한 클래식의 연주형식을 파괴해 눈길을 끌었다면 유진은 이에 덧붙여 연주의 깊이까지 갖췄다는 평이다.뉴욕에

서 태어나 네살때 클래식 바이올린을 시작,여덟살에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입학하고 열세살에 링컨센터에 섰다.줄리아드에서 사라 장을 지도한 도로시 딜레이.강효 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그는 분명 한국이 낳은 천재음악가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고국을 찾아 2년6개월 일정으로 머무르며 국내무대를 달구고 있다.

'열린 음악회'에 출연하고 김덕수사물놀이패.신관웅재즈밴드와도 공연했으며 마침내 세종문화회관(3월8일)과 예술의전당(3월12일)에도 입성한다.

현재 이화여대앞 재즈클럽'야누스'(수.토 오후9시)와 대학로'천년동안도'(일 오후8시)에서 고국팬과 얼굴을 익히는 중이다.

고국을 찾기전 그는 뉴욕 재즈클럽의 명당'카페WHA'와 허비 행콕을 낳은'Blue Note클럽'등에서 활동했다.

“장르는 나뉘어도 결국 음악(MUSE)은 하나예요.클래식 음악가도 록을 알아야 하고 로커도 클래식을 모르면 깊이가 없죠.제대로 된 음악가는 작곡과 연주도 넘나들 수 있어야죠.”

'크로스오버'의 의미를 묻자 영어와 뒤섞인 그의 서투른 한국어에 힘이 실린다.

“컨트롤할 수 없는 즉흥성과 무한 자유,그리고 전자바이올린의 강력한 비트가 주는 마력이 불가피하게 그를 재즈와 록의 세계로 이끌었을 뿐”이라는 것.경로를 따라 룰을 좇아야 하는 클래식이 그의 상상력과 창의를 가둬놓지 못한 것일까.물

론 그는 파가니니.시벨리우스.모차르트로 수차례 콩쿠르에서 우승할 만큼 클래식의 토대도 탄탄하다.

그래서인지 그가 구사하는'파격'은 어설픈 일탈을 뛰어넘는다.그의 천재성을 간파한 재즈 거장 윈턴 마셜리스에게서 재즈를 익혔지만 그의 연주는 재즈를 넘어 록.펑크.테크노에 이르기까지 자유로운 변주도 소화해낸다.

연주 도중 흥이 나면 특수제작한 여섯줄의 전자바이올린(일명 슈퍼바이올린)을 기타처럼 손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10대 후반에 접한 60년대 히피문화가 내 음악의 자양분”이라는게 그의 고백이다.자작곡 60여곡과 3백여곡의 레퍼토리를 보유한 유진 박은 3월중 레코딩을 끝내고 4월 음반을 낼 계획이다. 〈글=장세정.사진=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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