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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등사망 특종 -국제화시대 신문의 모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20일 새벽 중앙일보가 서울에서 제일 먼저 터뜨린'덩샤오핑(鄧小平) 사망'특보는 한치도 틀림없는 세계적인 특종이라는 점에서 한국 신문이 모처럼 건져올린 대어급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국제뉴스 취재력을 자랑하는 CNN은 물론 AP나 AFP같은 세계적인 통신사들도 깜깜 몰랐던 시점에서 중앙일보는 이미 鄧사망 뉴스는 물론 4면에 걸친 관계기사와 화보를 한창 제작중에 있었고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신문에 앞서

완벽한 뉴스 지면을 그날 새벽 한국 독자들에게 선사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중앙일보가 이러한 세계적인 대특종을 일궈낸 과정과 어프로치에 있다.

다시 말하면 중앙일보는 이 특종을 우연히 주운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접근과 뉴스를 발굴하고 일궈내는 노력이 합쳐진 결과에서 얻어냈다는 점이다.

중앙일보 베이징(北京)특파원 문일현-이양수팀은 황장엽(黃長燁)북한 노동당비서 망명사건 취재로 황망한 가운데서도 鄧의 병세를 면밀히 점검하는 민감한 안테나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들이'鄧의 사망이 임박'했음을 안 것은 실제 사망(19일 오후10시8분)보다 9시간 전인 오후1시였다.

그 후 이들 특파원의'오랜 친구'가 鄧의 사망을 알려준 것은 3시간 뒤인 20일 오전1시2분.

이들 특파원이 이 세계적인 특종을 발굴하기까지 취재과정과 서울 본사의 기동력 있는 대응제작은 국제화시대에 한국신문의 취재와 지면제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84년 2월10일'워싱턴 포스트'가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 유리 안드로포프의 사망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해 세계적인 특종을 건져올린 사례를 연상케 한다.안드로포프 사망기사는 모스크바 특파원 다스코 도더 기자가 발굴해 낸 특

종으로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크렘린은 다음날 안드로포프의 사망을 확인함으로써 도더 기자의 기사는 세계적 특종의 위치를 굳히게 되었다.

모스크바 특파원 도더 기자가 안드로포프의 사망을 포착해 뉴스로 발굴해 낸 것은 중앙일보의 문일현-이양수팀이 鄧사망 기사를 발굴한 과정과 유사하다.도더 기자는 우선 안드로포프 서기장이 83년 8월 이후 공석에서 사라졌다는 점과 각종 중병설이 유포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하면서 당일밤 다음과 같은 사실에 주목했다.

즉 84년 2월9일 밤 늦도록 KGB와 국방부 빌딩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는 점과 평상시라면 재즈가 나올 시간에 모스크바 방송은 장중한 고전음악을 내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는 15개월 전 브레즈네프 사망 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

지고 있다는 점을 도더 기자는 놓치지 않았다.

그는 체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일련의 사실을 논리적 추론을 통해 안드로포프 사망기사로 작성한 후 정부 안의 비밀 취재원에 전화를 걸어 그의 추론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한 후 워싱턴 본사로 송고했던 것이다. 한국의 언론매체도 우연.추측.억측으로 특종을 얻으려는 시대는 지났다.지난 63년 케네디 암살뉴스를 특종한 한국일보가 외신을 놓치지 않으려는 불침번(현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 金永熙)으로 특종을 건질 수 있었다면,이제는 외신 특종을 발굴해 내는 시대에 중

앙일보가 완벽한 취재로 쾌거를 올렸음에 우리 모두는 한 때나마 환하게 웃는다. 김 정 기〈한국외대교수.신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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