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데 간데 없는 '신경제 5개년 계획' 수지적자.실업 주름살 -경제 성적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문민정부 경제는 한마디로'용두사미(龍頭蛇尾)'다.정권초기인 93년에 발표된'신경제 5개년 계획'은 온데간데 없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금융거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금융실명제가 93년 8월 전격 시행됐고,95년 7월엔 부동산실명제가 뒤따랐다.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지난해 가입하고,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도

1년 앞당긴 95년에 열었다.

◇무색해진 경제개혁 청사진=신경제계획은 조세.금융.행정규제 개혁을 골자로 하고 있다.조세는 조세감면 축소와 소득계층간 공평과세가 목표였다.그러나 상속.증여세의 면세범위가 확대되고,비과세 상품이 속출하는등 각종 조세감면이 오히려 늘

었다.반면 특소세.교통세등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붙는 간접세가 늘며 서민 주름살이 깊어졌다.

금융은 연초에 금융개혁위원회가 급조될 정도로 정부 스스로 미흡함을 인정한 분야다.특히 한보 부도로 막판에 엉망이 되고 말았다.행정규제의 경우 획기적으로 완화해 97년까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는게 목표였다.그러나 재계는 핵심규제의

상당부분이 안풀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현 규제가 선진국 수준이라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예상을 크게 벗어난 거시경제 목표=가장 빗나간 부문은 경상수지.95년부터 경상수지를 흑자기조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고비용 저효율'구조 심화로 96년 2백3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물가도 처음부터 어긋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목표치보다 줄곧 1%포인트 높은 선에서 형성돼 왔다.성장은 문민정부 초기에는 목표치를 웃도는 호조를 보였으나 지난해부터 빗나갔다.

◇앞으로가 더 문제=올 성장률을 정부는 6% 안팎,연구소들은 5%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성장둔화는 실업증가로 이어져 실업률이 2.5%를 넘어서며 올해 10만명 이상의 실업자를 양산할 전망이다.올 경상수지 적자도 정부는 1백50억

달러 안팎,연구소들은 2백억달러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에따른 총외채도 1천2백억달러(대외자산을 뺀 순외채 3백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전문가 의견=강병호(姜柄皓)한양대교수는“정부가 너무 욕심내지 말고 금융개혁과 노동법 개정만 당초 의도대로 해내도 성공”이라고 말했다.이한구(李漢久)대우경제연구소장은“민간기업은 임금동결에다 명예퇴직등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데 정부나

공기업은 그런 모습이 없다”며“정부에 대한 불신감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형(金柱亨)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실명제와 규제완화가 당초에 비해 많이 후퇴했다”며 “앞으로 새로운 개혁보다 그동안의 개혁을 제대로 마무리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하며 실무에 밝은 전문관료를 대거 등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고현곤.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