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넘어선 영어를 위하여 -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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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 우리 아이들의 경쟁자는 또래의 아시아와 영미권의 우수한 학생들이다. 이들에게 영어는 목적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역사를 배우는 수단이다. 이제 영어는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고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 되어야 한다. 내신 성적이나 외고 입시를 위한 듣기및 쓰기 성적만 좋으면 된다는 반쪽 영어가 아닌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한 지식과 지혜를 영어라는 방법으로 배우는 것이다. 토플 성적 만점을 받고 미국 아이비리그에 입학한 학생도 영어의 장벽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우리의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주장하지 못해 무려 44%가 중도 탈락한다는 논문발표가 있었다. 영어는 글로벌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마스터 키’지만 단순히 문만 열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기반으로 논리적이고 비판적이며 창의적인 사고력을 이끌어 내는 학습의 중요성은 재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제3의 길’의 저자로 잘 알려진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기든스는 ‘사회학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은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상상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했다.
 
사회학적 상상력은 일상생활의 친숙한 과정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거리를 두고 생각하는 것을 요구한다. 진시황·진나라·만리장성·분서갱유 식으로 단편적인 지식만이 가득한 우리의 아이와 “만일 당신이 진시황에게 모든 책을 불태우라는 명령을 받았으면 어떻게 하겠는
가?”라는 토픽을 토론하고 에세이를 쓰라는 미국 아이와의 지적 비평적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영어 학원들이 영어자체를 목적으로 두고,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4대 영역에만 몰입하고 있다. 미국교과서를 가르치면서도 교과서가 제시하는 주요한 토픽과 비평에 대한 이해를 가진 강사들도 거의 없고 특목고나 민사고 진학을 위한 방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영어라는 수단을 통해 다양한 나라의 고급지식과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말과 글로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토론하는 글로
벌리더로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국제 경쟁력이 생기고 그런 인재가 양산되어야 미래의 든든한 성장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넘어선 영어교육, 영어로 생각하고 표현하고 꿈조차 영어로 꾸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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