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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곁의문화유산>소백산 성혈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소백산맥의 첫머리를 이루는 소백산 자락 곳곳에는 의상대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절들이 여럿 있다.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갈라지는 봉황산 아래 자리잡은 화엄종찰 부석사를 비롯해 비로봉 아래 비로사,국망봉 남쪽 계곡의 초암사,국망봉 중턱

성혈사등이다.부석사를 빼고는 모두 규모도 작고 그리 유명하지도 않아 조용하다.그렇지만 절에서 바라보는 전망 만큼은 부석사 못지 않게 빼어나다.의상대사가 화엄종찰 입지를 찾아다니면서 잠시 거처했던 곳에 지은 절들이기 때문이 아닐까싶

다.

그중 성혈사는 소백산 등산로에서 비껴나 있어 노련한 등산객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성혈사(聖穴寺)란 이름 자체가 작은 토굴 수도처에서 출발하였음을 짐작케 한다.지금의 성혈사도 좁은 산간지형을 따라 자리잡은 나한전과 몇몇 부속

건물뿐이다.의상대사 창건설 이후의 내력은 알려진 것이 없으나 근래 나한전을 보수할 때 발견된'1553년(명종8년)세워지고 80년 뒤인 1634년(인조12년) 한번 더 지어졌다'는 내용의 상량문에 따르면 성혈사의 세(勢)가 근근하나마

끊이지 않고 이어져왔음을 알 수 있다.

나한전은 정면 3칸,측면 1칸짜리 다포계 단층 맞배지붕으로 매우 아담한 집이다.나한전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정면 3칸 문을 장식한 꽃창살이다.문짝 하나하나가 통나무판을 재료로 하고 있으면서도 조각 솜씨가 매우 정교하고 화려하다.

빛바랜 단청으로 고격(古格)이 더욱 짙다.

가운데 칸 양쪽 문에는 소담스런 연꽃과 연잎 아래 물고기를 쪼는

학,연잎 위에 올라 앉은 개구리,연잎 아래 숨은 물고기와 게,연가지를 쥔

동자상등이 조각돼 있다.마치 여름날 한가로이 연못안을 들여다보는

듯하다.그런가 하면 오른쪽

협칸 한쪽 문은 모란꽃이 한아름 피어올라 민화 병풍을 떠올리게

한다.나머지 문들에는 규칙적인 빗꽃살무늬가 단정히 새겨 있어 화려한

문살조각 부분을 더 돋보이게 한다.

나한전은 이처럼 문살조각이 독특해 보물 제832호로 지정돼

있다.성혈사를 찾은 기쁨은 나한전으로만 그치지 않는다.요사채 옆에는

앙증맞은 연못에 두 발을 담근 소박한 정자 한채가 있는데,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산세가 어느 절경 못지 않

게 시원하고 불어오는 바람 또한 상쾌하다.

※풍기에서 915번 지방도로를 따라 부석사로 가다 순흥을 지나면 곧바로

네거리가 나온다.네거리에서 덕현리로 난 마을길을 따라 약 4.5㎞ 가면 길

왼쪽에 노송숲과 함께 성혈사 입구가 나온다.약 1.5㎞ 오르면 성혈사에

이른다. 글=김효형〈한국문화유산답사회〉.사진=김성철〈사진작가〉

<사진설명>

보물 제832호로 지정된 소백산 성혈사 나한전의 꽃창살.연꽃과 연잎 아래

물고기를 쪼는 학.개구리.게등이 섬세하게 조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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