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실학의 선구자는 남명 曺植-남명학연구소주최 국제세미나서 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실학의 기원은 남명(南冥) 조식(曺植.1501~72)의 실천유학으로부터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 제기됐다.지난 17,18일 남명학연구소(소장 김충열)가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한'남명학과 한국유학의 좌표'란 주제의 국제학술세미나

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날 권인호(대진대)교수는'남명학파의 실학사상'이란 논문을 발표했다.여기서 그는 민본주의 정치사상,정치현실의 모순을 광정(匡正)하기 위한 실천유학,문무겸비를 주장한 경의실천(敬義實踐)등 남명의 사상이 실학의 사상적 뿌리라고 주장한

것.

우리 학계에서 실학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이후.그때부터 실학의 뿌리를 퇴계(退溪) 이황(李滉)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 연구경향이었다.고(故)홍이섭 교수와 원로학자 이우성.한우근 교수등 역사학계의 주장이 별 이의

없이 받아들여져 왔다.

그 사이 남명은 기호학파의 중심인물인 노론(老論)의 율곡(栗谷) 이이(李珥)와 경상좌도를 중심으로 한 퇴계및 그 제자들로 형성된 남인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해왔다.

남명에서 실학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에 오이환(경상대)교수나 김충열(고려대)교수에 의해 간간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개적인 세미나에서 남명 사상의 복원을 통해 실학에 대한 연고권을 찾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학맥.지역.가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국 유학계에서 이같은 주장은 새로운 논쟁의 불씨를 제공하기 때문.

남명은 조선 중기에 태어나 경상우도(낙동강 우측 지역)를 중심으로 민본주의 정치사상으로 실천유학을 역설한 사림(士林).광해군의 개혁에 적극 동참했던 실천적 개혁사상가 내암(萊庵)정인홍(鄭仁弘)이 그의 수제자.

權교수는 내암에 이어 퇴계의 학맥으로 분류된 동강(東岡) 김우옹(金宇옹),미수(眉수) 허목(許穆),성호(星湖) 이익(李瀷),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사상적 흐름에서 남명이 실학의 뿌리임을 입증하고자 했다.“지금까지의 오해는 그의 제자들이 인조반정 이후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퇴계의 제자임을 부각했기 때문”라는게 그의 주장.

이런 주장에 대해 조남호(서울시립대)교수는 숙종 연간의 성리학자 김창협(金昌協)의 말을 빌려“남명학파는 사상적 완성도 측면에서 유치한 수준이었다”는 비판도 제기하는등 학자들간 옹호와 반론이 교차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발표자의 한 사람인 손영식(울산대)교수는“남명이 광해군의 개혁과 맞물려 새롭게 조명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확립된 이론은 아니다”며 “지역학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논의과정이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사진설명>

이퇴계가 실학의 뿌리라는 지금까지의 주장과 달리 남명 조식에서 그

연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지역.학맥들 사이에 논쟁이

예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