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복싱 영웅 파퀴아오, 호야 눕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필리핀의 국민 주먹’ 매니 파퀴아오(30)가 ‘골든 보이’ 오스카 델라 호야(35·미국)마저 꺾었다.

파퀴아오는 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가든에서 열린 호야와의 웰터급(66.68㎏) 논타이틀 경기에서 8회 TKO승을 거뒀다. 파퀴아오는 이날 승리로 48승(36KO)3패 2무를 기록했다. 반면 호야는 이날 패배로 39승(30KO)6패가 됐다. 호야가 프로 복싱 16년간 KO패를 당한 것은 2004년 9월 버나드 홉킨스에게 진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右)가 6회 오스카 델라 호야(미국)의 얼굴을 가격하고 있다. 웰터급 논타이틀전으로 열린 이날 경기에서 파퀴아오가 8회 TKO 승을 거뒀다. [라스베이거스 AP=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불렸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키 1m68㎝의 파퀴아오는 자신보다 11㎝나 더 큰 호야(1m79㎝)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파퀴아오는 1회부터 한 방을 노리는 호야의 느린 주먹을 여유 있게 피하며 왼손 펀치를 꽂아 넣었고, 7회 중반부터 호야를 코너로 몰아넣고 난타를 퍼부었다. 8회가 끝나고서 왼쪽 눈이 거의 감긴 호야는 결국 9회가 시작되기 전 기권을 선언했다.

왼손잡이 파퀴아오는 플라이급(50.8㎏)에서 출발해 1998년 WBC타이틀을 따냈고, 2001년 수퍼밴텀급(55.34㎏), 지난 3월 수퍼페더급(58.97㎏)에 이어 6월엔 WBC 라이트급(61.23㎏)에서도 세계 정상에 오르는 등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4체급 타이틀을 석권한 필리핀의 국민 영웅. 필리핀 정부와 군부·야당 등은 이날을 무분규의 날로 선언하고 그의 승리를 기원했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프로복싱에선 수퍼 페더급에 이어 라이트, 라이트웰터, 웰터, 수퍼웰터, 미들급 타이틀까지 석권했던 호야는 지난해 5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에게 판정패 한 뒤 이날도 몇 체급 아래의 파퀴아오에게 져 은퇴 위기에 몰렸다.

오명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