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선두 동부도 격침 … LG, 슬금슬금 4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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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역전패에 울었던 LG가 역전승으로 웃었다. LG가 4쿼터에 11득점을 한 이현민(17득점·9어시스트)을 앞세워 7일 홈인 창원에서 선두 동부를 81-73으로 떨어뜨렸다. 하위권으로 시즌을 시작한 LG는 9승7패, 공동 4위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LG는 최근 4승2패인데, 2패는 매우 억울한 패배다. KT&G와 모비스에 종료 직전까지 앞서다 상대가 시간에 쫓겨 ‘이판사판’ 던진 버저비터에 땅을 쳤다. LG 강을준 감독은 “그 2패가 2승이 됐다면 11승5패”라며 아쉬워했다.

특히 이틀 전인 5일 모비스 김현중에게 얻어 맞은 13m짜리 버저비터의 충격은 컸다. 허무한 패배는 연패의 늪에 빠지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충격은 오래간다.

강 감독은 “첫 번째 버저비터 패배는 내 잘못이라고도 생각했지만 두 번째 버저비터까지 맞고 나니 나와 우리 팀에 승운이 따르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밥도 싫고 잠도 오지 않더라”고 말했다. 강 감독은 ‘내가 이런데 선수들은 얼마나 괴로울까’라는 생각에 마음을 확 바꿨다고 했다. 강 감독은 6일 연습 때는 직접 유니폼을 입고 나와 선수들과 게임을 했다. 선수들에게 블로킹당하고 공을 뺏기는 감독의 모습에 선수들 전체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고 한다. 강 감독은 연습 후 목욕탕에서 선수들과 ‘알몸 미팅’을 하면서 “어제 결과는 졌지만 너희는 최선을 다했다. 너희가 자랑스럽고 이길 기회가 또 온다”고 격려했다. 이날 LG는 동부에 끌려 다녔다. 3쿼터가 끝났을 때 50-56. 막강 동부의 화력과 LG 주포인 현주엽·조상현이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뒤집기 쉽지 않은 점수였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불안한 표정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감독과 알몸으로 함께 모여 앉아 다짐한 승리를 위해 몸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찰거머리 같은 수비를 하는 LG는 종료 5분을 남기고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는 이현민이 끝냈다. 이현민은 자유투 3개를 차례로 집어넣고 3점슛 2개를 연달아 꽂으며 72-65를 만들어 짜릿하게 승부를 갈랐다. 이현민의 슛은 과거 승부처에 더욱 뜨거워지던 4쿼터의 사나이 조성원처럼 던지면 들어갔다. 한편 모비스는 홈인 울산에서 SK를 76-65로 꺾고 7연승, 12승4패로 단독 1위가 됐다.

외국인 선수 워너가 무릎 부상으로 빠진 KT&G는 전주에서 KCC를 85-65로 꺾고 11승5패, 동부와 함께 공동 2위가 됐다. 열광적인 팬들의 응원 속에 홈경기 승률 90%를 자랑하던 KCC는 전주에서 시즌 두 번째 패배를 맛봤다. 이상범 KT&G 감독대행은 “워너가 안 나오는 바람에 선수들이 1000%, 2000% 이상 열심히 뛰었다. 슛도 잘 들어갔다”고 좋아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경기는 오래 하지 못한다. 걱정이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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