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파출소장 “인터넷 악플 같은 인권 침해 다루고 싶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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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호 04면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특별전형을 통과한 김씨에겐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김씨는 “등교를 어떻게 할지도 걱정이지만 가장 불안한 것은 로스쿨을 3년 안에 마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씨의 곁에는 그의 저력을 믿는 이들이 있다. 서울대 법 대 교수 출신인 안경환 인권위원장은 합격 소식을 듣고 김씨를 불러 “일본에 시각장애인 변호사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길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법적 소양을 갖춘 방송인 될 것”
매일경제TV(MBN) 뉴스 앵커 김유나(29)씨는 중앙대 로스쿨에 합격했다. 대학에서 중국문화와 경영학을 전공한 김씨는 TBS 교통캐스터 등을 거쳐 MBN에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그는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살려 중국과의 문화 교류에서 발생할 법적 분쟁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 한다. 대학에서 중국문화를 전공하고 1년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대학에서 교환학생을 하는 등 중국과의 인연이 깊다.

중앙대가 엔터테인먼트법ㆍ미디어법 등 문화 관련 법을 특성화 분야로 지정한 점은 6년간의 방송 경력을 가진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낭독 봉사활동을 꾸준히 한 것 역시 면접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씨는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위해 능력을 발휘하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며 “먼저 법적인 소양을 쌓아야겠지만, 나중에는 분석적이고 심도 있는 해설을 할 수 있는 법조인 겸 전문 방송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IQ 149의 ‘천재 소녀’ 의사
이화여대 로스쿨에 합격한 이선미(23)씨는 엘리트 코스를 초고속으로 달리고 있는 ‘천재 소녀’다. 지능지수(IQ)가 149인 이씨는 일곱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과학고 2년 과정만 마치고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초등학교부터 고교 졸업까지 한번도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 올해 초 의사시험에서는 최연소로 합격해 화제가 됐다. 의대생이면 누구나 가는 인턴과정을 밟지 않았다. 대신 졸업 뒤인 올 4월 동네 병원을 차렸다. 신경통 등 통증에 대한 치료를 잘하는 의원으로 소문나면서 의학전문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로스쿨 입학시험 공부는 퇴근 후 집에서 매일 2~3시간 한 것이 전부다.

로스쿨에 지원한 이유도 당차게 밝혔다. 이씨는 “병원에 앉아서 아픈 사람을 고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남들과 차별화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지낸 고 이종욱씨가 그의 롤모델이다. 의대 시절 학교에 찾아와 특강을 했던 법조계나 공무원ㆍ기자로 간 의사 선배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그는 말했다.

“식품 무역 분야 변호사가 목표”
경북대와 아주대에서 동시에 합격 통보를 받은 윤기상(28)씨는 수의사 출신이다. 윤씨는 경북대 수의학과 졸업 후 국내의 한 쇠고기 수입회사에서 일했다. 식품 무역 분야 변호사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로스쿨에 지원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무역회사에서 일하면서 중국 등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식품이 수입되는 등 우리나라 소비자가 많은 피해를 보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축산물 위생법이나 식품법에 맹점이 많은데 이 부문에서 꼭 필요한 전문적 법률 인력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권·과학 기술 문제 공부할 것”
충북대 로스쿨에 합격한 박상현(31)씨. 그는 경찰대 졸업 후 서울 전투경찰대를 거쳐 충북 제천시에서 파출소장으로 일하는 등 2003년까지 경찰에 몸담았다. 경찰로 근무하며 ‘효순ㆍ미선양 사망 사건’을 겪었던 박씨는 인권 분야를 전공하는 변호사가 되고자 한다. 그는 “인터넷 악성 댓글이 도화선 역할을 한 최진실씨 자살 사건처럼 앞으로는 과학기술과 인권 문제가 밀접한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말한다. “충북대가 과학기술 분야를 특성화하기로 한 만큼 인권과 과학기술 분야를 동시에 공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박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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