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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재 비즈니스’ 키우려면 홍콩처럼 뛰어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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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호 28면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의료산업을 예로 들었다. 1960~70년대 가장 우수한 인재가 화공과·기계과에 간 덕분에 제조업이 강해진 것처럼 90년대 이후엔 우수 인력이 의대로 몰린 만큼 관련 규제만 풀면 아시아의 부자 환자를 다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갑유(46·사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의 생각도 비슷하다. 법대와 사법시험에 인재들이 몰리는 것을 볼 때 한국 변호사의 국제경쟁력은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중재 분야에서 한국 변호사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달 ICC 국제중재법원 홍콩 지점 설립 기념 세미나에 다녀왔다. 김 변호사는 “국제중재를 키우려면 홍콩처럼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재란 기업이나 개인 간 분쟁을 법원이 아니라 제3자에게 맡겨 해결하는 제도다. 소송보다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고 보안도 유지할 수 있어 기업이 분쟁 해결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

ICC 국제중재법원 상임위원 김갑유 변호사

-ICC 중재법원이 왜 홍콩에 지점을 열었나.
“연간 1500건에 달하는 국제중재를 맡는 세계 최대 중재기관인 ICC 중재법원은 지금까지 모든 업무를 프랑스 파리 본부에서 처리해 왔다. 이번에 최초로 홍콩에 지점을 연 것이다. 그만큼 아시아가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홍콩은 싱가포르와 더불어 아시아 지역의 중재 업무를 많이 처리해 왔고 중국을 배후에 두고 있어 시장 전망이 좋다는 점이 고려된 것 같다.”

-한국도 국제중재 사건이 많은데.
“ICC 중재법원도 지점 후보지로 서울도 고려했다. ICC 중재법원 통계를 보면 2007년 아시아에서 가장 중재가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중재 건수는 40건으로 일본(20건)이나 중국(21건)보다 많았다. 한국이 중재 분야에선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 있다. 하지만 홍콩이 영어가 통하고 법률시장이 개방돼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땄다. 홍콩 당국도 열심히 뛰었다.”

-홍콩 정부는 어떤 노력을 했나.
“홍콩은 아시아 국제중재 허브를 목표로 국가 차원에서 뛰고 있다. 웡얀룽 법무장관이 직접 나서 홍콩의 국제중재 제도를 홍보하고 홍콩을 국제중재 장소로 활용해 달라고 부탁하곤 한다.”

-중재 장소로 선정되면 어떤 효과가 있나.
“청문회가 한번 열리면 통상 일주일 넘게 변호사·증인·중재인 등 수십 명이 몰린다. 이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고급 비즈니스 고객이다. 양쪽 중재 당사자들의 호텔 숙식비만 3억원은 될 것이다. 홍콩이 국가 차원에서 중재를 키우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재 장소로 서울은 어떤가.
“국제중재 장소는 분쟁 당사자 간 중립적인 국가를 선택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은 유리하다. 한국이 강대국에 둘러싸여 샌드위치 신세라고 하지만 국제중재 측면에서 보면 중립국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 중재 관련 법률을 일찌감치 정비했고, 법원도 중재 관련 실무를 잘 지원해 주고 있다. 우린 99년 중재법을 개정해 세계적 수준의 법률을 갖췄지만 일본은 2004년에야 따라왔다. 다만 이런 장점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대한상사중재원이 홍보를 지원하면 좋겠다. 국제중재기관 지점 유치 노력도 해야 한다.”

-ICC 국제중재법원 상임위원을 해 보니 어떤가.
“한국 위상이 높아졌다. 올해 국제중재법원에서 우리나라에 중재인을 선정해 달라는 요청이 네 건이나 있었다. 지난해까지는 한 건도 없었다. 한국 휴대전화처럼 우리의 중재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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