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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의 고정 독자가 우리 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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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호 05면

사진가는 책을 꾸준히 사고 읽는 집단으로 꼽힌다. 사진예술의 특성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어야 함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사진전문 출판사 ‘눈빛’의 이규상(49) 대표는 “사진 책을 사는 이들은 다른 분야에 비해 충동 구매자가 적기에 사진 출판은 불황을 타지 않는 틈새시장”이라고 말할 정도다. 눈빛의 경우 1000여 명의 고정 독자가 있기에 매출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진이 예술 전반에 두루 영향력을 넓히면서 독자층은 더 두터워지는 추세다.

-사진 출판의 名家 열화당·눈빛출판사

국내 사진 출판의 쌍두마차를 이루는 열화당과 눈빛출판사는 최근 뜻 깊은 경사를 맞았다. 열화당은 사진예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열화당 사진문고’를 30권째 펴냈고, 눈빛은 20주년을 맞아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의 대형 사진집 『내가 바라본 격동의 한국 1964~2007』(중앙SUNDAY 11월 30일자 매거진 8면에 전시회 소개)을 선보였다. 출판시장이 얼어붙은 요즘 상황에서 사진 책으로 이만 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비결은 뭘까.

2003년 3월 출간을 시작한 열화당 사진문고는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던 콤팩트한 판형과 뛰어난 인쇄지질로 전 세계 사진예술의 ‘작은 박물관’을 자임한 기획이다. 국내에 급격히 늘어난 사진 애호가의 사랑도 큰 힘이 됐다. 1차분으로 나온 외국 사진가 유진 스미스와 낸 골딘, 2차분 중 최민식씨 사진집은 4000부가 팔려나갔다. 국내 사진가 정범태·주명덕·강운구·황규태·구본창·민병헌·이정진씨가 이 책이 디딤틀이 되어 작품 세계가 제대로 조명된 점 또한 성과다.

열화당 사진문고는 지난주 우리나라에는 아직 낯선 대만 사진계의 대표 작가 장차이(1916~94)와 장자오탕(65)을 소개하면서 30권(사진)에 이르렀다. 기획을 이끌어온 조윤형 편집장은 “대만편은 번역 출판이 아니라 작가 섭외부터 계약·원고 청탁·번역까지 모두 우리가 책임 진행한 한국어판이란 자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편집장은 “앞으로 중국의 장주벤과 샤페, 인도의 라후라이 등 아시아 사진가편 역시 이렇게 해 나갈 예정이라 외국 출판계에 수출도 가능해졌다”고 자랑했다.

눈빛출판사는 20년 동안 특히 역사 기록 측면이 강한 사진집을 여럿 냈다. 여순사건을 들춰낸 이경모씨의 『격동기의 현장』, 5·18 광주민주항쟁의 감춰진 현장을 포착한 이창성씨의 『28년만의 약속』 등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힘을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70~80년대 한국 골목길을 찍은 김기찬(1938~2005)의 『골목 안 풍경』은 외국 출판계가 탐낼 만큼 한국 정서를 제대로 품은 사진집으로 이름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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