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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규 특파원 방콕 르포 … 국제공항 다시 문 열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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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반정부 시위대의 점거로 폐쇄됐던 태국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이 5일 정상을 되찾았다. 전통 의상을 입은 태국 어린이들이 승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날 전면 재가동에 들어간 공항에는 국내외 항공기 500여 대가 이착륙할 예정이다. [방콕 AP=연합뉴스]

5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 3층 출국청사는 1만여 명의 승객들로 붐볐다. 지난달 25일 반정부 시위대의 점거로 공항이 폐쇄된 지 10일 만에 비행기 운항이 정상화되자 서둘러 방콕을 빠져나가려던 외국인 승객이 대부분이었다. 타이항공 체크인 카운터마다 100여 명의 승객들이 줄을 서 있어 티케팅 시간이 1시간30분이나 소요됐다.

티켓 담당 직원인 타이타 왓은 “모든 직원이 오전 6시에 출근해 공항 정상화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타이 항공은 이날 평소의 절반인 30여 편의 항공기를 운항했다. 싱가포르 에어라인은 평소 6편 운항하던 방콕∼싱가포르 노선을 다음 주까지 3편만 운항할 예정이다. 타이타 왓은 “공항점거 시위대가 떠난 3일부터 이틀 동안 직원들이 밤샘작업으로 시스템을 점검해 문제는 없지만 완전 정상화까지는 2~3일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공항공사(AOT)에 따르면 이날 하루 수완나품 공항에선 총 547편의 항공기가 운항됐다. 출국은 257편, 입국은 290편이었다. 공항 정상화율은 70% 정도다.

청사 입구에서는 태국 전통 의상을 입은 어린이들이 태국 전통 뮤지컬 후루(Huru) 공연을 하고 있었다. 무대 왼쪽에는 AOT 명의로 “그동안 불편을 이해해주신 데 대해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다시 태국을 찾아주시길 기원합니다”란 말이 영어로 적혀 있었다.

공연 사회를 맡은 AOT 시스템 분석가 아우트 수찬타루나는 “외국인들이 겪은 고초에 죄송함을 표시하기 위해 공연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 승객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호주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에서 건설경영학을 전공한다는 샐리 로리스(여)는 “10여 일 동안 태국 내정과 무관한 외국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뒤늦게 공연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난달 25일 남자 친구와 함께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이 막혀 푸껫까지 자동차로 13시간을 이동해 휴가를 보냈지만, 태국에서 이동시간이 너무 지루해 즐거움이 반감됐다”고 말했다.

◆교민 피해 커=4일 밤 방콕 스쿰빗 거리에 위치한 한인타운 거리는 한산했다. 한국 식당과 비디오점·미용실 등 40여 가게가 밀집해 있어 태국에서 한류의 거리로 통하는 곳이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가 공항을 점거한 이후 한산한 거리로 변했다. J한식당의 노화순 사장은 “손님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이곳 식당 대부분이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인 관광업계는 거의 폐업 직전이다. 방콕 3만여 한국교민의 70% 정도가 한국인 대상 관광이나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태 관광진흥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방콕시내 한국여행사 200여 곳에서 2000여 명의 가이드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8월 말 반정부 시위대의 정부 청사 점거 이후 관광객이 급감하기 시작해 지금은 여행사 절반이 문을 닫았고 가이드 1000여 명이 한국으로 철수했다”고 조정휘 한·태 관광진흥협회장은 밝혔다.

한국기업들도 비상이다. 태국 내 최고 외자 기업인 삼성전기의 노승환 방콕 법인장은 “반도체 등 원자재 대부분을 항공편으로 수입하고 있는데, 공항 폐쇄 이후 자재 공급이 안 돼 다음 달부터는 10% 정도의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고 피해자는 항공업계다. 대한항공은 평소 12월에 인천∼방콕 노선에 32편을 띄웠다. 그러나 올해는 700만 달러의 손해를 봤다고 한다.

대한항공 김장수 방콕 법인장은 “한국은 물론 외국인들의 태국관광 심리가 위축돼 태국 노선은 상당기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방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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