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보에 물린 제일.조흥.외환은행 해외신용도 '추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한보사태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드디어 국제금융시장에까지 한국금융기관의 신용하락이 구체화되고 있다.관련은행들의 신용등급이 공식적으로 강등되는가 하면 밖에서 달러를 못구하는 은행이 국내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하는 바람에 환율상승을 부채질

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20일 세계적 신용평가 회사인 미국의 무디스사는 그동안의 조사를 통해 한보에 물린 제일.조흥.외환은행등에 대해 드디어 신용도를 한단계씩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무디스사는 한보철강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경우 Baa1에서 Baa2로,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은 A3에서 Baa1로 각각 재조정했다.이와함께 은행의 재정 건전성 정도도 한단계 낮아져 외환은행과 제일은행은 기존의 D에서 E+로,조흥은행

은 D+에서 D로 떨어졌다.불행중 다행으로 이들 은행의 단기차입 신용등급은 종전과 같은 수준(PRIME-2)를 유지하게 됐다.

무디스사는“이들 은행에 대한 실사를 벌인 결과 심각한 자금난으로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며 신용등급을 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무디스사는 한국의 은행들이 ▶심사능력 취약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으며▶경제가 불황국면에 접어들게

됨에 따라 자산가치도 크게 떨어져 재정난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디스사는“한국정부가 대형 시중은행에 대한 지원을 향후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제하고“그러나 은행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도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정부당국자들 사이에도 금융개방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원하

는 문제를 두고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은행들은 무디스사의 신용평가 조정을 계기로 조달 금리가 높아질 것에 대비,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이미 이들 은행은 3개월짜리 자금을 외국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리는데 0.05~0.1%포인트 가량 추가금리를 주고 있는 상태.특히 지난달 한국은행이 수탁자금 15억달러를 회수하면서 은행권 전체에 외화자금난이 가중된데다 외국은행의 여신한도

축소로 조달금리가 뛰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제일은행 박용이(朴龍二)국제 담당 상무는“장기차입 신용등급 하락은 예상했던 바였다”며“다행히 단기차입 신용등급은 떨어지지 않아 기업어음(CP)발행에 지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유동성 위험은 겪지 않을 것”이라고 밝

혔다.朴상무는 또 한보사태로 인한 피해는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본다”면서“무디스사의 신용등급 발표로 조달 금리가 재상승할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관련,한국은행의 허고광(許高光)국제부장은“이를 계기로 국내은행의 조달금리 차별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장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