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게이트>추가수사로 외압실체 밝혀야-검찰발표 각계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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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달동안이나 온나라를 들쑤셔 놓고는….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제가 직접 수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19일 검찰의 한보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접한 시민들은 한결같이“해도 너무한다”며 분노와 함께 수사결과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시민들은 또“수천만원,수억원을 받은 정치인을 떡값이라며 처벌하지 않은 것은 국민감정상 용납할 수 없

는 일로 명단을 밝혀 국민들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한변호사협회.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전국목회자 정의평화실천협의회등 단체들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전면 재수사''특별검사제 도입'등을 촉구했다.

반면 재계 일각에서는“끝없이 추락하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한보파문은 빨리 수습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민.단체=경실련의 유재현(兪在賢)사무총장은“검찰은 정치권이 관련된 사건마다 그래왔듯 이번 한보사건에서도 은폐.축소에만 급급한 인상이다.한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끝까지 파헤치려면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하고,이를 위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회사원 하완탁(河完卓.31)씨는“서명운동.대규모집회등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는 당장 재조사에 나서고 필요하면 대통령도 조사받아야 한다”고 말했으며 임영주(林榮柱.21.연세대 사회학과3)씨는“반부패 진상조사특위라도 구성해 끝까

지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학계=대한변호사협회(회장 金璿)는 성명을 통해“권력남용의 뿌리와 압력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우리시대의 과업”이라며“검찰의 명예를 걸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안홍식(安洪植.경제학)교수는“전 대통령 총무수석비서관과 몇몇 국회의원이 사건의 배후라니 말이 되느냐.다음 정권에서 재수사하는 비극이 없도록 특별검사제 도입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지금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재계=금융노련 이남순(李南淳)위원장은“수조원을 금융계 자체판단만으로 대출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며“대출의혹이 낱낱이 밝혀지지 않으면 관치금융 탈피를 위한 정부의 금융개혁안은 한낱 구호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남판우(南判佑.40.남양애드사장)씨는“부도가 속출하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한보수사가 빨리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이제는 경제회생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종교계=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문규현(文奎鉉)신부는“한보비리는 정치.경제.관료사회의 도덕적 타락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며“정부와 검찰은 정략적.사적 이해를 떠나 새로운 역사를 세운다는 자세로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고 말했다. 〈박종권.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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