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장기기증하겠다" 유서쓴 뒤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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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정오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사는 김모(68)씨가 보낸 것이었다. 그는 2005년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등록한 회원이었다. 그가 보낸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어 한 많은 세상을 떠나려 합니다. 저의 신체 중 모든 부분을 장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증해주십시오.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집세 보증금 300만원을 가져가십시오. 적은 금액이지만 저의 시신을 처리하는데 사용해 주십시오."

편지가 도착한지 5시간만인 이날 오후 5시.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설마했던 소식이 들려왔다. 강동구청에서 전화를 걸어와 김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려온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 3일 유서를 강동구청과 장기기증운동본부에 보낸 직후 스스로 목을 맨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젊은 시절에는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등 부유하게 살았다. 그러나 2004년 연대보증을 잘못 섰다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졌다. 2005년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 그는 살던 집을 팔고 월세방을 전전해야 했다. 사망 직전까지 살았던 곳도 4층 꼭대기에 있는 옥탑방이었다. 책장과 1인용 침대가 살림살이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2005년 장기기증운동본부에 등록을 한 뒤, 매월 5000원씩 후원을 계속해왔다. 불의의 사고를 대비해 주민등록증에도 장기기증 등록자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

김씨의 시신은 그의 뜻에 따라 6일 고려대 해부학교실에 기증될 예정이다. 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본부장은 “어려운 삶속에서도 이웃과 나누고 싶어했던 고인의 귀한 뜻을 기려 시신을 의대생의 해부학 실습을 위해 기증할 것이며 유산은 장기부전을 앓는 환우들을 위해 뜻깊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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