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게이트 쏟아진 말.말.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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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의혹이 꼬리를 문 한보사건은 24일동안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깃털''몸체'등 수많은 말들을 양산해냈다.

홍인길(洪仁吉)의원은 검찰 소환전 수뢰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면서“나는 바람이 불면 날아가는 깃털에 불과하다”고 말해 외압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洪의원의 말이 보도되자 세간에는“깃털이 8억원을 받았으면 몸체는 도대체

얼마를 챙겼느냐”는등 분노섞인 말들이 오갔다.

수사 책임자인 최병국(崔炳國)대검중수부장의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직설적인 화법도 눈길을 끌었다.그는 수사초기'PK(부산.경남)출신'이라 편파수사의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일부의 지적에“마음에 안들면'편파'고 마음에 들면'공명'이냐”

며 불쾌감을 표시했다.崔중수부장은 또 검찰 수사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누가 나부끼는 것이 깃발이냐,바람이냐고 물으니 그것은 마음이라더라”는 선문답(禪問答)으로 야속한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그는 언론 보도가 앞서나가는데 대해서도“

입이 저자(시장)같으면 상다리가 부러진다”는 속담을 인용해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른바'떡값'명목의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들에 대한 처리를 놓고도 말잔치가 벌어졌다.崔중수부장은 정치인의 금품수수설이 계속 보도되자“육법전서 어디에도 떡값이란 말은 없더라”며 이 부분에 대한 수사계획이 없다고 못박았

다.이와 관련해 김기수(金起秀)검찰총장은“5천만원 받은 것도 뉴스거리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崔중수부장은“수사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일정기간 성장을 멈추기도 하고 다시 자라기도 한다”고 말해 수서(水西)사건등 다른 정치적 사건처럼 주변환경에 따라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질 수 있을 듯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한보에 대출과 각종 인허가등 특혜를 베푼 은행장.관료들은 사건이 터지자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은행장들은“우리선에서 그런 거액 대출을 결정할 수 있겠느냐”며 빠져나갔고 박재윤(朴在潤)전 통상산업부장관은 코렉스공법 도입 허가에 대해“과장 전결사항”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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