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연금제 도입 필요'-여성민우회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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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남편의 급여명세서에서'국민연금'이란 공제항목을 볼때마다 전업주부 이경희(42.서울강서구등촌동)씨는'왠지 생돈이 나가는 느낌'을 갖는다.스스로 조목조목 따져보고 가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씨같은 전업주부뿐만 아니라 취업여성들도 대부분 국민연금제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일정한 직업이 없는 여성도 지역연금에는 가입할 수 있지만 그런 것조차 모르거나'연금 가입이 손해'라는등의 잘못된 정보 때문에

가입을 꺼리는 여성도 많다.95년 현재 국민연금 여성가입자가 전체가입자의 26.1%에 불과한 것도 그런 이유다.하지만 여성운동단체들은 법 자체도 여성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라며 내년 7월 국민연금제 확대실시를 앞두고 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주부연금제 실시'를 올 상반기 활동목표로 정한 한국여성민우회는 18일 세종문화회관 소회의실에서 토론회를 갖고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대책을 살펴보는 첫 자리를 가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용하(金龍夏.경제학)박사에 따르면 여성의 연금 수급관계는 크게 네가지 유형이 있다.

▶일반 취업여성의 경우=가입기간이 20년을 넘으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그러나 현재 여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용직.시간제.임시직 근로자는 연금제도에 당연가입되지 않는다.또 남편 사망때 본인의 연금수급권과 유족연금권중 하나

는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데 이 또한 불이익의 소지가 있다.

▶취업후 육아등으로 일시휴직 또는 퇴직했다가 재취업한 경우=이때 비취업기간은 연금 가입기간으로 계산되지 않아 남성에 비해 최소가입연수를 채우기가 더 어렵다.

▶결혼.출산과 함께 직장을 아예 그만두는 경우=현재는 연금 불입액을 퇴직때 일시금으로 반환받을 수 있다.하지만 반환일시금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과도기적 제도로 곧 없어질 예정이다.따라서 퇴직때 연금권 상실은 여성경제력에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다.

▶전혀 취업경험이 없는 여성=남편의 소득및 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또한 현재로선 전업주부의 경우 이혼때 연금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이날 토론자들은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현행국민연금제를 1인1연금제로 전환할 것과 연금분할권 도입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이중 이혼때의 연금분할권은 보건복지부 안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국민연금관리공단 연

구센터에서는 지난주 법률적 조언을 구하는 자리까지 가졌다.

1인1연금제는 더 근본적인 문제다.金박사는“전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제와 현행 국민연금제 형태인 소득비례연금제를 함께 실시하는 2원적 체제”를 제안했다.또 임시직이나 시간직 근로자도 기준을 둬 소득비

례연금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이경숙(李景淑)대표는“수혜대상자가 더 늘기 전에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것”이라며“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되지 못하더라도 대통령선거때 후보들이 여성정책공약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 목표”라고 말했

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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