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원의 러브 터치] 거짓 오르가슴은 왜 나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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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면 연인끼리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여성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남성이 귀에 입만 갖다 대도 금방 숨이 넘어갈 듯하니, 그런 영화를 본 남성들이 ‘모든 여성의 성감대 스위치는 귀’라고 오해할 만도 하다. 그런데 왜 영화에서 준 정보대로 귓가에 뜨거운 바람을 아무리 불어대도 내 파트너는 멀뚱멀뚱할까. 남성들은 사람마다 성감대가 다 다르다는 것을,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것을 좀 알아차렸으면 한다.

사정할 때의 단순한 쾌감이 남성의 오르가슴 전부라고 흔히들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랑을 제대로 아는 남성들은, 진짜 오르가슴은 “사정 시의 오르가슴에 상대를 충분히 흥분시키고 만족시켜 주었다는 느낌이 더해졌을 때”라고 말한다. 자신의 쾌감도 중요하지만, 상대 여성의 행복한 모습을 볼 때 더욱 멋진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얘기다. 그래서 남성들은 사랑의 행위를 할 때 상대의 반응을 면밀하게 관찰한다. 그런 남성들의 모습을 아는 여성들은 남성을 안심시키려, 혹은 더 흥분시키려, 또는 자신이 잘 느끼는 여성이라는 걸 보여주려 실제로는 쾌감을 못 느끼면서도 거짓으로 오르가슴을 과장해 표현하곤 한다.

여성의 거짓 오르가슴에 대해 알려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한 장면-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오르가슴을 연기하는 샐리를 보고 얼이 빠진 해리의 모습을 기억하시는지?- 때문에 많은 남성이 ‘거짓 오르가슴’에 대해 알게는 되었지만, 실제 자신의 파트너가 그러는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얼마 전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거짓 오르가슴을 연기하는 이유에 대해 어느 여성은 ‘씁쓸하지만 기죽지 말고, 앞으로 더 잘하라’는 격려의 의미라고 해석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이런 거짓 오르가슴은 상대를 속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당사자인 여성에게 더 좋지 않다.

거짓말을 하게 되면 자꾸 거짓말을 보태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기의 거짓말에 자기가 당하기도 한다. 이게 습관이 되면 연기에 몰입하느라 진짜 자신의 즐거움을 잃게 된다. 또 남성에게 ‘이미 너무 잘하고 있다’는 거짓정보를 보낸 셈이니, 그가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기도 하다.

부부 성상담을 할 때 좀 더 과장해서 신음을 내보고, 이왕이면 더 섹시하게 소리 내는 연습을 해보라는 요구를 할 때가 있다. 전혀 느끼지도 못하는데 거짓으로 표현하라는 게 아니다. 좋은 감각을 느끼면 좀 더 몰입해 보고, 그 느낌을 약간 과장해 소리를 내다 보면 그 소리에 자신도 흥분되어 더욱 멋진 섹스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섹스는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이 더 행복한 섹스와 사랑을 이끄나니.

배정원 성교육상담전문가·대한성학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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