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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도 실크로드 타고 퍼져 나갔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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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누들로드’의 진행자 켄 홈이 지난 3월 중국 북경의 한 식당에서 파오모(泡<998D>·양고기 국물에 빵과 면을 넣어 먹는 요리)를 시식하는 모습. [KBS 제공]

“중세 실크로드는 국수의 전파 창구이기도 해 ‘누들로드’라고 불리기도 했다지요. 실크로드는 끝났지만 오늘날 파스타나 베트남 쌀국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 국수가 전파된 ‘누들로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7일부터 매주 일요일 방영되는 KBS 7부작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의 진행자는 중국계 미국인 켄 홈(59)이다. 국내 다큐 해설을 외국인이 맡은 것은 처음이다. 홈은 1984년 BBC의 ‘켄 홈의 중국 요리(Ken Hom’s Chinese Cookery)’를 진행하며 이름을 알린 푸드 칼럼니스트이자 레스토랑 컨설턴트. 다큐에 등장하는 퓨전 국수요리에 대해서는 자문도 했다. 현재 터키 이스탄불에 머물고 있는 그를 e-메일로 만났다.

제작비 9억원을 들인 ‘누들로드’는 국수의 역사적 기원, 동·서양의 전파 과정, 오늘날의 다양성 등에 초점을 맞췄다. 방송 전에 이미 일본·중국·헝가리 등 8개국에 판매됐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홈은 “국수는 인류 최초의 패스트푸드이며, 나라별 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국수가 어떻게 유래됐고 퍼져나가고 또 변화했는지 짚어보는 건 문화인류학적으로 의미도 있고 흥미도 있는 시도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2년간의 제작기간 중 홈과 제작진은 중국 신장 고고학연구소의 국수 유적을 방문했다. 25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국수 유적은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국수 유물로 알려져 있다. 재료는 조와 밀. “그 옛날 조상들도 국수 맛을 알고 있었다니 신기하더군요.“ 양쯔강 유역 라자 유적지 국수가닥 유물도 취재를 시도했다. 이 유물은 2005년 중국 과학원 지질학연구소에서 ‘4000년 전 유물”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취재 신청을 받아들였던 과학원 측이 막상 제작진이 방문하자 "유적이 소실되어 촬영할 수 없다" 말해 안타깝게도 다큐에 넣지 못했다.

국수 매니어를 자처하는 홈은 제작 기간 중 중국·일본·이탈리아 등 10개국을 돌며 100여 가지 국수를 맛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최고의 국수는 태국식 쌀국수인 ‘파드 타이(Pad Thai)’. 계란·새우·콩·닭고기에 매콤한 향신료를 넣어 볶은 국수다. “(파드 타이에) 라임이나 양파, 구운 땅콩 같은 걸 갈아서 뿌려 먹으면 매콤한 맛과 절묘하게 조화됩니다. ‘국수의 고향’이라 불리는 중국 산시성에서 먹었던 수타면도 잊을 수 없는 맛이었지요.”

한국 국수 중에서는 물냉면을 가장 좋아한다. “한국의 냉면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얼음을 넣어 먹는 국수지요. 그래서 한국 하면 냉면의 상쾌한 맛이 떠오릅니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음식과 그 이면에 숨겨진 문화적 배경을 일깨워주는 재미로 방송 활동과 책 집필을 한다는 그는 요리도 즐긴다. 미국 시카고에서 자란 그는 11살 때 삼촌이 운영하는 중국 식당에서 요리를 배웠다. ‘누들로드’에서도 그는 카레당면·우동·볶음소바·차우면 등 10가지를 손수 만들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서 “이 다큐로 사람들이 국수를 더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많은 사람들이 먹어야 의미가 있죠. 국수에 담긴 문화적 코드를 이해하려면 일단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다큐를 본 시청자들 입에서 ‘오늘 국수 한 그릇 먹으러 갈까’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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