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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Review] 백정은 거란인의 후손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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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리 안의 그들
이희근 지음, 너머북스
215쪽, 1만2000원

 왜놈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일본인에 대한 비칭이다. 이들은 심지어 남의 해안에 상륙해 노략질을 하는 왜구로서도 악명이 높다.

그런데 이들을 일컫는 한자어 ‘왜(倭)’가 원래 한반도에서 발원한 종족이라면 듣는 한국인의 기분은 어떨까.

백정이라는 말도 그에 못지 않다. 소와 돼지를 직업적으로 도살해 파는 사람들. 양반과 상민들에게 사람 대접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던 조선조 최하층의 천민들이다. 이들이 여진족에 패망해 한반도로 흘러들어온 거란족의 후예라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책은 ‘섞임’을 이야기한다. 대한제국이 성립하고 일본 군국주의의 군화가 한반도를 짓밟던 시절에 나온 배달민족의 한반도 순혈주의(純血主義)를 정면에서 반박하는 내용이다.

얼핏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저자는 그동안 한반도를 지배해온 왕조와 권력의 교체사 흐름을 좇으면서 그 가운데 등장했던 비 한반도인의 한반도 정착사를 풀어가고 있다.

왜와 거란의 정착뿐 아니라, 그 전에 있었던 중국 대륙으로부터의 유민 이입사 등도 담담한 필치로 적어가고 있다. 마한·변한·진한의 이른바 삼한(三韓) 시기에 중국 대륙 통일왕조의 학정을 피해 한반도로 이주한 세력으로부터 신라 ‘처용가’에서 슬쩍 존재를 드러냈던 한반도 안의 무슬림 세력을 기술하는 대목은 흥미진진하다.

나아가 전라남도 남부에 있는, 앞이 네모나고 뒷부분이 둥근 모양의 ‘전방후원(前方後圓)’식 고분을 예로 들어 증명해 가는 왜의 한반도 기원설을 읽다 보면 긴장의 도가 높아진다.

거란의 대거 이주가 나은 조선시대 백정 계층의 유민 이입사는 배달민족의 한반도 순혈주의가 과연 옳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해준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다양성에 제대로 눈을 뜨자고 주장한다.

위대한 국가가 되려면 순혈주의를 벗고 다양성의 바다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감한 사안에 대한 논증이 빼곡하지 않아 아쉬움은 남는다. 통념을 벗는 데는 더 많은 정밀함이 필요하다. 책의 후속작이 벌써 기다려지는 이유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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