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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렁이는 세계 최대 독수리 월동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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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겨울을 나기 위해 몽골 등지에서 우리나라를 찾아온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34호) 무리가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민통선 안 들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파주=안성식 기자]


 2일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거곡리에 위치한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 내 장단반도. 군부대 정훈장교의 안내를 받아 통일대교를 건너 차량으로 10분가량 달리자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 월동지가 나타났다. 벼 수확이 끝나 황량한 벌판이었다. 중요 작전지역으로 일반인들의 관광이 허용되지 않고 영농인만 가능하다.

수릿과 새들 가운데 가장 큰 독수리(날개 편 길이 250~295㎝)는 상승 기류를 이용해 날갯짓 없이도 하늘로 솟구쳐 올라 활공을 하며 이동한다. [파주=안성식 기자]

벌판 옆에 길게 뻗은 3∼5m 높이의 갈대밭 주변 구릉지에는 시커먼 독수리 30여 마리가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논과 전봇대 위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10여 마리도 눈에 띄었다. 구릉지 한쪽엔 한국조류보호협회가 전날 오후 갖다 놓은 죽은 돼지 일곱 마리가 놓여 있었다. 낮 12시가 되자 약속이나 한 듯 사방에서 150여 마리의 독수리들이 무리 지어 날아들었다. 길이 70∼90㎝인 날개를 양쪽으로 활짝 편 채 100여m 위로 저공 비행하거나 3∼4㎞ 상공에서 원을 그리다 먹이를 찾아 급활강했다. 독수리 두 마리는 양쪽 어깨에 흰색으로 된 인식표를 두르고 있었다. 이동 경로 연구 목적으로 부착한 것이다.

◆먹이 부족 해결해 줘야=장단반도는 군사분계선과 불과 3㎞ 떨어져 있다. 55년 전 한국전쟁의 포성이 멎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됐다. 이곳엔 세계적 희귀 조류인 독수리 1000여 마리가 매년 겨울이면 날아와 월동한 뒤 이듬해 3월 말 몽골과 시베리아 등지의 추운 지방으로 돌아간다.

조류보호협회에 따르면 독수리는 세계적으로 3000여 마리만 남아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장단반도를 포함해 1900여 마리의 독수리가 국내로 날아와 월동 둥지를 틀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임진강 일대를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1997년 이후 매년 겨울이면 30여 마리가 먹이 부족으로 탈진해 죽거나 독극물 중독으로 폐사하고 있다.

동행한 한국조류보호협회 한갑수(55) 파주시지회장은 “독수리들은 성격이 예민해 사람들이 서식지 주변에 나타나거나 시끄러우면 피한다”며 “독수리 보호를 위해선 월동지에 정기적으로 먹이 주기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구역 지정 필요=문화재청은 지난해 말 장단면 거곡리 63번지 일대 논과 갈대밭 5만1600㎡를 독수리 보호를 위한 문화재 지정 구역으로 예고했다. 하지만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추진 계획을 중단한 상태다. 문화재 지정 구역으로는 현재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지, 철원 천통리 철새 도래지 등 전국 30여 곳이 지정돼 있다. 문화재 지정 구역이 되면 지정 구역을 포함해 반경 500m 이내에서는 건물 신·증축 등 각종 개발 행위가 제한된다.

김성만(60) 한국조류보호협회장은 “장단반도 일대에 대한 문화재 지정 구역이 시급히 이뤄져 체계적인 독수리 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독수리=한국과 몽골·시베리아 등지를 오가며 서식한다. 사냥 기술이 없는 까닭에 동물의 사체만 먹어 ‘야생의 청소부’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수릿과 조류 중 덩치가 큰 맹금류를 흔히 ‘독수리’로 통칭하지만, 엄밀하게는 서로 다른 종(種)이다. 가령 ‘미국 독수리’는 흰머리수리를 말한다. 수릿과 조류 중 독수리·검독수리·참수리·흰꼬리수리 등 4종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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