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위기 때 과학·기술 교육 투자 늘려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빌 게이츠가 3일 미국 조지 워싱턴대에서

“여러분이 주식시장과 경제활동, 재정적자를 바라본다면 모든 게 어둡다. 그러나 여러분이 우리의 능력과 기회, 정열과 비전을 생각한다면 전망은 밝다. 위기 때일수록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이며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53)는 3일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대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가 위기 땐 미래를 보지 못하는 위험이 있고, 단기적 이득 때문에 장기적 투자를 희생시키기도 하지만 우린 두 가지 것(단기 이익과 장기 투자)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학과 기술, 저소득층과 소수계 학생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츠는 “과학적 연구는 건강·정보기술·교육·에너지 등 다른 분야에서 우리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을 결정한다”며 “우리가 과학과 기술에 계속 투자한다면 더 좋은 미래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수단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평등은 인간의 잠재력을 허비하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해로운 것”이라며 “불평등과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시작하면 각종 문제는 줄어들고, 문제 해결 능력은 늘어난다”며 “나라를 위해선 고등교육을 받는 저소득층 학생의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투자를 유지해야 한다”며 “경제가 어렵지만 좀 더 현명한 지출(smarter spending)을 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워싱턴 공립학교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 온 한국계 미셸 리 교육감을 극찬했다. “워싱턴은 학생당 지출액이 가장 많은 지역이나 성과는 가장 나쁜 곳이다. 워싱턴은 정반대의 모델을 제공하는 도시다. 이곳에선 누군가 나서서 학생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지적해야 한다. 그건 몹시 어려운 일이지만 리 교육감은 분명히 문제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게이츠의 강연 요지.

“가난한 사람들의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해 돈을 쓴다는 건 요즘과 같은 시기에 어려울 수 있다. 사실 그들에겐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의) 목소리가 없다. 여러분은 그들의 재능을 챙기지 않고서도 경제를 다시 성장시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순히 경제를 회복하는 것 이상의 목표를 우리가 세우는 게 중요하다. 경제에 기여하면서 혜택을 누리는 사람의 숫자를 우리가 확대하는 걸 나는 원한다. 불평등에 대한 가장 위대한 해독제는 공교육의 좋은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공교육 덕분에 수백만 명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학교는 효율적 교육(effective teaching), 특히 훌륭한 교사 충원과 좋은 교재 및 데이터 시스템 개발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연방정부는 교육적 성과를 보인 프로그램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데이터를 모으고, 그걸 (지방정부와 각급 학교 등과) 공유해 교육제도를 개혁할 수 있다. 1950년대 소아마비 백신을 전국에 보급한 건 연방정부였다. 그때처럼 정부는 교육 개선 프로그램을 확산시켜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과 의회는 교육투자를 경기부양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경기부양 예산 일부가 주와 카운티 등 지방정부의 교육예산에 지원되면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 땐 좀 더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재정을 편성해야 한다. 70년대 주식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졌고, 물가상승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해 미국이 미래를 걱정했을 때가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투자와 혁신을 계속했다. 그래서 정보기술혁명의 기틀을 잡았다. 어려울 때 위대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법이다. 젊은이들의 재능을 개발하고, 빈곤에 대처하며, 질병을 예방하는 건 우리의 재정 상태가 어떠하든 항상 현명한 일이다. 경제가 어렵지만 위축되지 말고 밝은 미래를 위해 투자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