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건강] 웬만한 병은 쑥뜸·침술로 고칠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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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년간 병원 문턱에도 가지 않고 스스로 건강을 챙겨왔다는 울산지법 제1민사부 황종국(黃宗國·52) 부장판사. 그는 "의사·한의사가 고칠 수 있는 환자는 20∼30%에 불과하며, 나머지 70∼80%는 환자 스스로 고치든지 아니면 앓다가 숨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땅의 이름 없는 민중요법가는 10∼90%의 환자를 능히 고친다"는 것이 그가 내린 '판결'이다. 그가 민간의료에 푹 빠지게 된 것은 자신의 체험을 통해서다. 그가 지켜본 민간의료의 '신통력'을 들어 봤다.

울산=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민간의료와 황 판사의 첫 만남은 젊은 시절 그를 괴롭혔던 축농증.비염 등 콧병이었다. 그는 12년간 병원을 들락거렸고 유명 병원에서 수술까지 두 차례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재발의 연속. 그러다 재야 명의인 김남수씨에게 무극보양(無極保養) 뜸법을 배워 병을 고쳤다. 쌀알 반 크기의 쑥을 8개 주요 경혈에 놓고 뜸을 뜨는 것이다. 쑥뜸을 시작한 뒤엔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으며 기침도 '뿌리째 뽑았다'고 했다. 요즘도 그는 몸이 지치면 배 부위에 10분가량 쑥뜸을 뜬다. 그는 "전문가에게 한번만 뜸자리 잡는 법을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시술하는 과정에서 가족 사랑도 깊어진다"고 말했다. 침은 맞을수록 기운을 뺏기지만 쑥뜸은 할수록 좋아진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기자가 "어머니가 당뇨로 10년째 고생한다"고 하자, 그는 "민중의술에선 당뇨병은 병도 아니다"며 "쑥뜸.침.물(특별히 정수한 물), 세 가지만으로 고친다"고 즉석 처방을 내렸다. 그는 또 "고혈압 환자에게 의사는 평생 혈압강하제를 권하지만 그때뿐이다. 그러나 민중의술에선 쑥뜸과 단식, 부항, 정수한 물만으로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간경변 말기인 40대 주부에게 쑥뜸을 가르쳐준 적이 있다. 쑥뜸 시작 3개월 뒤에 병원에서 간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단다. 5개월 뒤엔 불면증까지 사라졌다. 담석증 환자인 조카딸과 당뇨병 환자인 친척도 그의 권유로 쑥뜸을 배운 뒤 증세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이면 부항을 피부 아무 곳에나 대고 압축기로 두어 번 당긴다. 그러면 부항 속 피부가 검게 변하면서 물집이 생긴다. 바늘.이쑤시개로 이 물집을 찔러 구멍을 낸 뒤 부항기를 계속 붙여두면 노폐물이 빠져나와 부항기에 고인다. 그는 "물집이 터지면서 혈액이 맑아지고 혈액 순환이 촉진된다"고 설명했다. 많은 물집을 동시에 터뜨리면 몸이 처지고 피로가 밀려올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소된다.

그가 부항에 빠진 것은 전직 영어교사인 강송식씨의 간염 극복 과정을 지켜보면서부터다. 강씨는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복용했고 과로를 피하느라 수업도 앉아서 했다. 그러나 병세는 날로 악화됐고 고혈압.동맥경화까지 겹쳤다. 강씨는 우연히 알게 된 부항과 자연식을 시도했는데 20일이 지나자 피로가 가시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고. 검사 결과에서도 강씨의 간 기능은 정상이었으며, 동맥경화도 거의 치료됐다는 것이다. 그는 "부항은 소화 불량, 잦은 감기, 변비, 불면증, 식욕 부진, 견비통, 위경련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탈모증 예방을 위해 그는 습(濕)부항으로 알려진 사혈을 한다. 매주 한 번씩 정수리의 피를 뽑아내면 모발이 많이, 빨리 자라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 사혈은 특정 질병과 관련된 부위를 사혈 침으로 20번쯤 찌른 뒤 거기에 부항기를 붙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혈(병든 피)이 빠져 나와 병이 낫는다는 것이 사혈의 원리다. 사혈은 만성 신부전증.아토피성 피부병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의 체험담이다.

침술도 그에겐 경이의 민간의료 기술이다. 뇌졸중으로 한방병원에 10일 이상 입원했던 그의 형은 30분가량 침을 맞은 뒤 거의 정상으로 회복됐다. 화상 환자에 대한 침의 치유 효과는 그를 더욱 매료시켰다. 화상 위에 아무 데나 침을 꽂아두면 통증이 1시간 이내 없어지고, 진물이 줄며, 사흘 정도면 딱지가 앉는 사실을 직접 목격했다.

*** 황 판사는…

"병 잘 고치는 사람이 의사" 의료 면허제 반대해 화제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85년부터 부산.울산 등 영남 지역에서 근무한 향판(鄕判)이다. 민간의료에 심취해 전국을 다니며 향토 명의 30여 명을 만나고, 관련 책자를 탐독했다. 그는 "하늘이 내려준 신의(神醫)라도 의사 자격증이 없으면 가차없이 수갑을 채우는 현실이 의술의 텃밭인 민중의술을 말살한다"며 안타까워한다. 민간의료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금지하고 무조건 처벌하는 현행 의료제도는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역천(逆天)"이라는 것이다.

그는 92년 무면허 침구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병을 잘 고치는 사람이 진정한 의사"라는 말을 남겼다. 이후 94년엔 "의료법이 환자의 치료수단 선택의 자유와 건강권. 생명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사를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인정하면 사이비 의료가 판칠 수 있다는 이유로 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격시험이 없으면 엉터리 치료사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허준.이제마 선생이 자격시험을 통과한 사람이냐"며 "민중의술이 우리 법률상 불법화된 것은 43년(1962년 의료법 개정)밖에 안 됐다"며 반박한다. 그는 최근 현행 의료법의 부당성과 자신이 직접 지켜본 민간의료의 놀라운 효과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의사가 못 고치는 환자는 어떻게 하나'(도서출판 우리 문화)라는 제목의 책 세 권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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