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보인 남자가 권총겨눠-이한영씨 피격 목격자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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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후9시45분쯤 엘리베이터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문밖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렸어요.'왜 이래'하는 고함소리와 함께'우당탕'하는 둔탁음이 나더군요.한동안 무서워 꼼짝도 못하다가 용기를 내 비디오폰으로 문밖을 내다보니 검은옷을 입은 남자가 두손으로 총을 겨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15일밤 이한영(李韓永)씨 피격장면을 목격한 경기도성남시분당구서현동 현대아파트418동1402호 주민 南상화(43.여)씨는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인터폰을 통해 경비실에 연락했어요.잠시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 열고 나가봤더니 이한영씨가 왼쪽 이마부분이 퉁퉁부은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더군요.” 南씨는“李씨를 일으켜 세우려는 순간 가쁜 숨을 몰아내쉬던 李씨가 두손가락을 펴들고 희미한 목소리로'간첩,간첩'이라고 말한뒤 의식을 잃었다”고 밝혔다.

南씨는“너무 놀란 나머지 용의자 인상착의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용의자중 한사람은 175㎝정도의 건장한 체격에 검은 코트를 입었던 것같다”고 말했다.

이한영씨와 목격자 南씨의 남편 김장현(金章顯.44.한양대교직원)씨는 서울강동구상일동에서 이웃에 살던 인연으로 83년부터 친해져 지난해 12월 李씨가 집을 잃어 갈 곳이 없어지자 金씨가 방 한칸을 내줘 함께 살아왔다.

南씨집 건너편 1401호에 사는 박종은(朴鍾恩.46)씨도“이상한 소리가 들려 비디오폰으로 밖을 내다봤더니 40대 남자 한사람이 李씨를 잡고 있었고 뒷모습만 보인 또다른 남자는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 金제희(60)씨는“1402호에서 누군가 싸우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급히 달려가보니 李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며“李씨는 뭔가 말을 하려했지만 호흡이 가빠 말을 잇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제원.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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