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가 서두르는 예산안 고리로 민주, 각종 대여 협상서 우위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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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당이 3일 한나라당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강행을 비판하며 ‘상임위 보이콧’이란 초강수를 뒀다.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국회 예산결산특위의 예산안조정소위를 열어 심사를 본격화하자 즉시 간사단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해 “모든 상임위 활동에 불참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만일 여당이 단독 심사를 강행할 경우 향후 발생하는 국회 파행의 모든 책임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있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도 맞불을 놨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긴급 원내대표단 회의를 열고 “민주당이 국정을 포기하는데 우리가 같이 국정을 포기할 수 없다”며 “휴일 없이 진행해도 연말까지 법안 심사가 끝날지 모르는 시점에서 법안심사 포기를 받아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원들에게 “야당이 상임 위원장으로 재직하는 위원회는 간사들이 법안 심의를 요구하고, 우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는 국회법에 따라 운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초강수는 정기 국회 막판의 각종 대여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에 시급한 예산안을 고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사이버 모욕죄법, 언론관계법 등의 협상에서 민주당의 주장을 최대한 반영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상임위 보이콧에 따라 각종 법안 심사와 예산안의 연내 처리는 불투명해지고 있다. 민주당이 이날 오전에 예정됐던 이명박 대통령과의 여야 대표 회동도 거부하면서 “민주당의 강경 일변도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지만 물밑 협상도 진행 중에 있다”며 “민주당의 요구인 일자리 창출 예산 증액, 부가세 인하 등에 대한 성의 표시를 한다면 극적 타결도 가능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국회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선 심사를 강행한 한나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 사이의 격돌로 정회되는 등 시종 파행을 겪었다.

정강현·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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