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노건평 다음 타깃은 박연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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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시점, 전후 상황 수상해”= 검찰은 박 회장이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된다는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주식 투자는 박 회장 측도 시인한 상태다. 박 회장은 세종증권 주식 110억원어치를 사서 178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30%는 차명으로 거래했다. 박 회장이 거래한 김해시의 S증권은 평소 거래액이 10억원대에서 10배로 급증해 지역 증권가의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매매 시점과 전후 상황이 의심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2005년 6~8월 주식을 사서 2005년 12월에 팔았다. 주식 매입 시점은 노건평씨가 정 전 회장에게 세종증권 인수 로비를 부탁받고 청탁 전화를 한 시점(2005년 6월)과 겹친다. 또 매각 시점은 농협과 세종증권이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때(2005년 12월)다.

검찰은 박 회장이 누군가로부터 농협의 내부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의혹 대상 1, 2순위는 정 전 회장과 노건평씨다. 두 사람 모두 박 회장이 수십 년간 친분을 유지했고, 세종증권 인수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박 회장 측은 “내부자 정보를 알고 주식 투자를 한 게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돌려받은 20억 로비 자금인듯=검찰은 농협이 알짜 자회사인 휴켐스를 박 회장 측에 매각한 과정도 의심하고 있다. 휴켐스는 2006년 6월 박 회장 측에 팔렸다. 검찰 관계자는 “5개월여 전인 2006년 1월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왜 20억원을 건넸는지를 밝히는 것이 수사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나중에 돌려받기는 했지만 이 돈이 로비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다른 하나는 당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보다도 인수대금이 322억원 싸졌다는 점. 수사팀 관계자는 “세종증권 인수 비리와 비슷한 커넥션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휴켐스를 인수하는 데에 노씨와 정 전 회장과의 친분을 십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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