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지출 확 늘려라” 국책 연구원장들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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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책 경제연구원장들이 경제 회복 대책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요약하면 “재정 지출을 늘려라. 특히 내년 상반기에 집중 집행하라. 그러나 재정 건전성을 생각해 감세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 5개 국책연구원장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 경제의 전망과 과제’에서 이런 주문을 했다. 사단법인 한강소사이어티(이사장 채수찬)가 주관하고 여야 국회의원 10명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는 현 원장과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원윤희 한국조세연구원장, 오상봉 산업연구원장, 방기열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참석했다.

연구원장들은 경기가 내년 상반기 바닥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채 원장은 “미국 주택 가격이 지금보다 10% 정도 더 떨어진 뒤 내년 하반기부터 점차 안정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국내외 경기도 상반기에 저점에 다다른 뒤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약세도 상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경제 회생 대책으로는 강력한 재정 지출 확대를 요구했다. 원윤희 원장은 “금융시장이 불안해 (금리 인하 같은) 통화 정책만으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를 동시에 사용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현정택 원장은 “내년 상반기에 심한 침체가 예상되므로 예산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끌어 쓰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 방법으로는 진행 중인 사회기반시설(SOC)의 완공을 앞당기고, 이미 확정된 SOC 사업을 조?착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가 큰 SOC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 원장은 그러나 “재정 건전성을 생각해 현재 계획된 감세정책은 예정대로 추진하되 추가적인 감세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 원장은 이에 더해 “재정 지출이 경기 회복을 위한 일시적인 대책이며, 위기를 극복한 뒤에는 당초의 ‘작은 정부-건전한 재정’으로 목표를 되돌릴 것이라는 확신을 대내외에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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