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에너지 기술, 세계에 수출할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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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총회 대구 유치의 일등 공신은 단연 김영훈(56·사진) 대성그룹 회장이다. WEC 아시아·태평양지역 부회장이란 직함을 최대한 활용해 3년간 30만㎞를 날아다니며 총회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대구 유치가 확정된 지난달 멕시코시티 집행이사회에서도 그의 ‘활약’이 돋보였다. 한국 대표로 프리젠테이션을 했고 즉석에서 대성그룹이 후원하는 ‘최고 논문상’ 제정을 제안해 주저하던 회원국들로부터 지지표를 끌어모았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부회장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유치 경쟁에 나섰던 덴마크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김 회장은 멕시코시티 집행이사회 직후 임기 3년의 아·태 지역 부회장에 연임돼 WEC 내 위상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최국이 하기에 따라 총회가 내실을 갖춘 의미있는 행사가 될 수도, 과시성의 일회성 행사가 돼 버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5000명이 모여 밥 먹고 회의하는 행사로 끝나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대구 총회는 한국이 세계 에너지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최신의 연구성과와 정보가 공개되고 확산되는 장이 마련되는 것만으로도 국내 에너지 산업에 큰 자극을 준다. 총회 기간 중 열릴 에너지 엑스포는 국내 에너지 산업을 전 세계에 과시하며 새로운 수출 동력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이 세계에 내보일 수 있는 것으로 김 회장이 꼽는 건 원자력 발전이다. 그는 “대구 주변에만 20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이라며 “2013년 총회에서 원자력 발전을 미래 에너지의 대안으로 제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WEC 내에서도 원자력이 당분간 지구촌 에너지의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원자력연구소를 유치하고, 에너지학과를 지역 대학 여러 곳에 만들면 대구가 원자력 교육의 메카로 떠오를 수 있다고 자신한다. 대구처럼 많은 원전을 가까이 두고 있으면서 주민들의 피해의식이 적은 지역도 드물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국제 경쟁력이 있다. 원자력 발전소 하나를 동남아나 남미에 수출하면 5000억원짜리 배 10척을 수출하는 효과를 낸다”고 역설했다.

선진국보다 뒤떨어지는 대체에너지 산업에 대해선 국내보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국내 에너지 생산량의 몇%로 끌어올릴지를 목표로 삼으면 국내용 기술만 나오기 십상”이라며 “세계시장의 몇%라는 목표를 세워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회장은 총회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조직위원회를 꼽았다. “총회는 5년 뒤지만 상세 프로그램이 확정된 초청장을 2010년 몬트리올 총회에서 배포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2년 내에 큰 그림을 모두 그려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조직위 구성을 마쳐야 한다”며 “대구 총회의 조직위원장은 에너지 전문가이면서 WEC를 잘 알고, 영어에 능숙한 실무형 인사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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