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잠 깨어난 일본] 1. 비었던 사무실이 다시 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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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의 상징으로 떠오른 롯폰기힐스의 모리빌딩과 맨션:최근 이곳의 가격이 오르자 도쿄를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다시 꿈틀대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지난해 4월 완공한 도쿄 롯폰기 힐스에서 일하는 사람은 7000여명이다. 그리고 1년 동안 5000만명이 쇼핑과 관광차 여기를 다녀갔다.

이곳 재개발 사업을 주도한 모리빌딩㈜ 와타히키 마사히로 이사는 "롯폰기 힐스가 창출한 고용 효과와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바로 도시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폰기 힐스에는 모리빌딩을 중심으로 그랜드 하얏트 호텔, 4개의 주거용 맨션과 페라가모.구찌 등 명품점이 들어섰다.

840가구의 맨션은 모리빌딩이 임대 아파트로 운영하는 데 한달 월세가 100만엔(약 1000만원)인데도 빈 집이 없다. 모리빌딩 맨션은 '도쿄 상류층의 상징'으로 통한다.

시오도메도 지난해 덴쓰빌딩과 시티센터빌딩이 들어서면서 스카이라인이 달라졌다. 시티센터빌딩 지하에서 영업하는 부동산업체 미쓰비시의 우메미쓰 노부유키 과장은 "지난해 분양 당시 5000만엔(약 5억원)이던 시오도메 도쿄 트윈 파크스 맨션의 19층 원룸 아파트(약 12.8평)가 요즘은 5400만엔"이라고 말했다. 1년반 사이 10% 가까이 오른 것. 같은 맨션 28층 하마규리 공원이 보이는 37평형짜리는 시가가 2억2600만엔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도쿄 도심에 한꺼번에 40여개의 건물이 준공돼 사무실 공급 과잉 사태를 빚을 것으로 우려됐던 이른바 '2003년 문제'도 최근 공실률이 줄어들면서 해소되는 모습이다. 도쿄 도심의 부동산 가격 오름세는 사람들이 도쿄를 떠났다가 돌아오는 U턴 현상과도 관계가 있다.

1983년부터 96년까진 도쿄에서 빠져나간 인구가 들어오는 경우보다 많았는데 97년부터 전입 인구가 많아졌다. 이와 함께 거품 붕괴 이후 부동산투자를 외면해온 개인들이 사무실에서 가깝고 주변 환경이 좋은 맨션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마사쿠니 메이카이대 교수는 "비록 일부 지역이지만 거품 붕괴로 인해 과민반응을 보였던 부동산에까지 투자가 번진 것은 경기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정수 경제연구소장, 양재찬.신혜경 전문기자, 이종태.김광기 기자, 김현기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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