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脫北>고정간첩 외국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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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황장엽(黃長燁)북한노동당비서가 12일 베이징(北京)의 한국영사관으로 망명,“남한 권력 깊숙한 곳에 이곳(북한)사람이 박혀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리측 권력 핵심에 정말로 북한간첩이 존재하느냐는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보전문가들은 黃이 북한 노동당의 고위간부였다는 점을 들어 상당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한국의 고위정책 결정과정을 들여다볼 만한 통로를 확보하려 했을 것은 틀림없다고 말한다.
또 동.서독의 사례에서 보듯 거물급의 망명후엔 고정간첩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사례가 많아 이번 黃의 망명후 한바탕 간첩회오리가 몰아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실제로 통일전 동.
서독의 첩보전은 상상을 초월했다.
서독 방첩기관의 대*동독간첩 책임자였던 한스 요하임 티트케가 85년 동독으로 망명하면서 대통령실의 여비서가 간첩혐의로 체포됐다.90년엔 동독의 고위인사가 거꾸로 서독으로 망명하면서 헬무트 콜 총리에게 정기적으로 고급정보를 브리핑해온 서독의 여정보원이 간첩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74년엔 동방정책의 아버지 빌리 브란트 서독총리의 보좌관 귄터 기욤이 간첩혐의로 체포됐고 77년엔 헬미트 슈미트 총리의 여비서 다그마 칼리히 셰플라가 역시 간첩혐의로 체포됐다.
최근엔 동독 국가보위부(슈타지)의 기밀문서에 근거해 서독의 고위지도자들중 자의 또는 타의로 슈타지와 협력한 인사들의 명단이 밝혀지기도 했다.냉전 종식후 공개된 문서로 인해 간첩활동을한 행위가 발각된 경우는 분단국인 독일뿐만이 아 니다.
81년부터 85년까지 프랑스의 국방장관이었던 샤를 에르뉘는 96년10월 국가보안위원회(KGB)등 동구 공산권 첩보기관을 위해 일해온 간첩이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반면 상대국의 고위인사가 망명하면서 자신들을 위해 활동해온 이중간첩을 망명시킨 사례도 있다.
지난 85년 소련 KGB 런던총책이었던 올레그 고르디에프스키의 서방 망명은 그가 10여년간 서방을 위해 일해온 이중간첩이란 사실을 알고있는 서방측 인사의 소련망명 직후 단행됐다.
반면 뒤늦은 방첩활동이지만 정보기관의 활약으로 고위층에 침투한 고정간첩을 찾아낸 경우도 있다.
93년 10월말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방첩대가 PLO 원로중 하나였던 아드난 하산 야시네를 간첩행위로 체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PLO 고위층의 움직임이 이스라엘에 속속들이 넘겨지고 있다는이스라엘내 PLO첩자들의 제보를 토대로 추적끝에 올린 개가였던것이다. 때문에 정보전문가들은 이번 黃의 발언이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가 구체적인 간첩의 활동내용과 이름등 고급정보를 갖고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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