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명 안된 한보돈 흐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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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보그룹에 대한 특혜대출 비리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정치인과장관,은행장및 한보관계자 9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물론 검찰의 수사가 정책의 잘못이나 은행의판단미스까지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보처리를 하려면 어떻게 거액의 대출이 이뤄졌고,대출된 자금은 어떻게 사용됐으며,과연 제대로 사용됐는지,남은 돈은어디로 갔는지 등 돈의 흐름에 대한 전모가 밝혀져야 한다.그런데 구속된 사람의 뇌물수수액을 다 합쳐도 일부에 서 제기하는대로 증발의 혐의가 있다는 1조1천억~1조5천억원의 자금과는 너무 차이가* 난다.
96년 6월 현재 대차대조표상 한보철강의 차입금은 2조8천여억원이지만 금융기관의 대출금은 4조2천여억원으로 1조4천억원의차이가 난다(본지 2월3일자 참조).또 한보의 초기 위탁경영팀이 10일동안 벌인 1차평가결과 현재의 당진공장 수준으로 볼 때.3조원 이상 투자됐으면 채산성이 없으며 앞으로 큰 짐이 될것'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한보철강이 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과대투자됐거나 고액발주됐을 가능성은 몇차례 제기됐으나 검찰이나 정부의 조사에서 한번도공식적으로 거론된 바 없다.예컨대 한보철강 A지구내 연산 1백만짜리 봉강공장은 강원산업의 1백20만공장보다 2천3백여억원이더 들었고,박슬래브 제1열연공장은 포철보다 1천3백여억원,그리고 문제의 코렉스시설은 2천여억원이 더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철강전문가들이 지적하는대로 각종 시설에 대해 과다계상을 하는 수법으로 투자비가 조작됐을 가능성에 대해 마땅히 검찰은 수사했어야 했다.돈의 흐름을 면밀히 추적하다 보면 당연히외압(外壓)의 실체도 밝힐 수 있었을 것이다.검찰 은 은행감독원이나 감사원 등 다른 기관과 협조해 그 전모를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이번에 제대로 돈의 흐름을 규명하지 못하면 한보철강의 추가지원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정하기도 어렵다.다시는 어처구니없는 대출비리가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돈의 정확한 흐름이 규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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