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脫北>북한,황장엽 망명 저지 김정일親書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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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한이 황장엽(黃長燁) 북한 노동당비서의 망명처리를 둘러싸고 베이징(北京)에서 사활(死活)을 건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양쪽 모두“전부 아니면 전무”의 배수진을 친 절박한 싸움이다.
한국은 유종하(柳宗夏)외무장관이 14일 싱가포르에서 첸치천(錢其 )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통해 중국정부의 협조를 구하는것을 시발로 전방위적 공략에 착수했다.
현지에선 정종욱(鄭鍾旭) 주중 한국대사를 필두로 중국측과 깊숙한 채널을 갖고 있는 김하중(金夏中) 외무장관특보등이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부 부부장,왕이(王毅) 아주국장등 외교부 책임라인을 붙들고 연일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측은 특히 黃비서 본인이 한국행 망명을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중국측이 거부키 힘든 .국제관례 존중'과.인도주의적 배려'를 명분으로 내세워 중국측 설득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한국은 또 미.일을 비롯한 우방들의 지원을 얻기 위해 세계 각지의 주요 공관들이 현지 정부와 긴밀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 북한 역시 사생결단의 각오로 뛰고 있다.북한측은 黃비서의망명요청 사실이 확인된 직후 평양에서 상당수 인사들이 급거 중국을 방문,중국내 친북한 인맥을 찾아 읍소작전을 펴고 있다.
공개적인 외교접촉은 주창준(朱昌俊)북한대사가 직접 맡고 있다.朱대사는 김정일(金正日) 생일(2월16일)기념행사에 참석키 위해 15일 귀국하려던 당초 일정을 취소한채 중국외교부를 수시로 드나들며 黃비서의 조속한 송환이 이뤄지도록 압 박을 가하고있다. 이와 동시에 평양대표단들은 중국군부내 친북한 원로인사들과 접촉,40여년에 걸친 혈맹우의를 내세워 黃비서의 서울행을막아주도록 탄원하고 있는 것으로 중국측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베이징(北京)의 한 고위 외교소식통은“북한 김정일이 곧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에게 친서를 보낼 것을 적극 검토중에 있을 만큼 이번 사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한이 이번 사건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은 서로의 입장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한국으로선 국가의 체면이 걸린 일이자 일이 잘못됐을 경우 뒤따를 국내외적반발과 타격이 매우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특히 黃 비서 본인이남으로의 망명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제3국행을 거부한채 현 위치(한국영사관)에서 죽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피력하고 있어 한국정부에 심리적 압박감을 더하고 있다.
북한의 절박감은 더하다.黃비서가 지닌.북한정보의 가치'는 물론 체제의 이념적 토대인 주체사상을 구축한 장본인이 경위야 어떻든 한국으로 넘어갈 경우 내부적으로 걷잡을 수없는 체제와해 현상을 맞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떨쳐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한 유종하 외무장관이 중국의 첸치천 외교부장과 회담,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의 망명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싱가포르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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