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개도국끼리 뭉치자" 브라질, 中에 러브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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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발전은 아직 미약하지만 덩치 큰 나라들을 한데 묶어 정치.경제력 신장을 꾀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교 30주년을 맞아 현재 중국을 방문 중인 그는 "두 나라는 동서를 대표하는 개발도상국으로서 비슷한 점이 많다"며 협력과 결속을 제의했다. 지난 1월엔 인도 방문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룰라 덕분에 인구와 국토로 따져본 4대 신흥강국인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결속이 탄탄해질 전망이다.

◇"중국 방문은 가장 중요한 일"=룰라 대통령은 지난 22일 장관 7명과 주지사 5명, 기업인 400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에 도착했다. 후진타오(胡錦濤)주석과는 24일 정상회담을 하고, 25일부터 사흘간은 상하이(上海)를 찾는다.

룰라는 출국에 앞서 "중국 방문은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방중의 일차 목적은 수출증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2002년 4억1500만달러였던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12억달러로 늘었다.

양국은 지난해 9월 멕시코 칸쿤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농업 중심의 20개 개도국(G-20)을 모아 선진국의 농업보조금 철폐를 요구하며 WTO 각료회의를 무산시키는 힘을 발휘한 바 있다.

두 나라는 미국의 이라크정책을 똑같이 반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편 문제에서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안보리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브라질은 이미 중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항마=지난 1월 인도 방문에서 룰라는 "두 나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잇는 '비공식 3각 블록'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동행했던 셀수 아모링 외무장관은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는 강력한 동맹을 구축할 수 있어 (미국 중심의) 현 국제질서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룰라는 브릭스를 중심으로 개도국 간 협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브라질 대통령으로는 133년 만에 처음으로 시리아.이집트 등 중동 방문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은 "브릭스가 앞으로 10~20년 안에 세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성장률 높은 4國 이름 따

◇브릭스란=브릭스는 인구와 국토 대국으로 근래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이들 네 나라를 합치면 인구는 전 세계의 42.6%, 면적은 28.7%에 이른다.

이 용어를 처음 만든 미국의 골드먼 삭스는 "중국의 경제 규모는 2041년 미국을 처음 앞서며, 2050년 경제 강국 순위는 중국.미국.인도.일본.브라질.러시아 순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 수출에서 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9년 11.8%에서 지난해 21%로 높아졌다.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기 업체인 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 최고경영자(CEO)는 브릭스 4국이 앞으로 휴대전화 시장의 주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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