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새 외교팀 人權강조에 북한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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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2기 클린턴 행정부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북한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연착륙'정책에 변화가 있어서가 아니라 대북정책 담당자들의 성향 때문이다.북한을 고운 눈으로 볼 면면이 아닌 것이다.새 외교 사령탑(국무장관)은 바로 매들린 올브라이트다. 또 사임키로 한 윈스턴 로드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후임에 북한 전문가인 스탠리 로스가 내정된 상태다. 특히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인 올브라이트 장관은 48년 공산정권수립과 함께 조국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한 공산주의의 피해자다.그녀는 이미 종교의 자유등 인권과 관련된 문제를 대외정책의 주요사안으로 취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이 발언이 지난달 30일 북한등의 인권상황이 암울하다는 국무부 인권보고서 발표에 즈음해 나온데 주목하고 있다.올브라이트 장관은 이 자리에서.신을 섬길 수 있는 권리'가 가장 기본적인 인권에 속한다고 강조했 다.향후 미국의 대북정책 집행과정에서 북한의 인권.종교등 미묘한 사안이 주요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북한도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북한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미 국무부가 발표한 연례인권보고서에 대해.부질없는 압력 소동'이라며 반발했다.외교부 대변인은 관영 중앙통신을 통해“미국이 제멋대로 다른 나라의 인권에 대해 운운한 다”고 비난하고“이것은 인권문제를 정치적 압력과 내정간섭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면서“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문제를 지닌 나라는 오히려 미국”이라며“인민대중의 인권을 가장 완벽하게 담 보해주는,세상에서 가장우월한 사회제도가 북한의 사회주의”라고 자랑했다. 북한이 4자회담을 위한 공동설명회를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것도미국의 새 외교팀에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있다.물론 북한의 역습은 이달초 미 곡물회사인 카길사와의식량 50만 구매협상이 결렬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대북식량지원,경수로 착공및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등 난제를 앞에 놓고 강성인 새 외교팀에 쉽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 한 측면도 강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지난 8일 정부기관지 민주조선을 통해 미국측에 제네바기본합의문을 파기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 것도 이같은 대미 탐색전의 전초전일 가능성이 높다.민주조선이 한국에 대한 북한의 재래식 공격때 미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밝힌 카네 기재단 핵보고서와 관련해 언급한 것이기는 하지만“미국의 강경보수세력들은 우리의 진지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못되게 나오고 있다”고 비난한 대목은 주목할만 하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북한문제에 어떤 접근을 할지는 일단 22,23일로 예정된 한국방문이후 구체화될 것이다.그녀는 한국 입장을 들은 뒤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도 미국 새 외교팀에 대한 탐색이 끝나는 이달 말부터 본격 적인 외교 공세를 펼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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