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FT 소개 기업의 성장단계별 특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태어나 일정한 성장단계를 거친다.그과정에서 도전과 난관을 극복해야 원숙한 성인으로 성장한다.어느단계에서든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자금확보고,규모가 커지면서 중요성이 더해가는 것은 분권화(分權化)다. 한보는 자신의 능력으론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였고 오너와 자식들만의 철저한 가족경영으로 일관하는등 어느쪽도 제대로 하지못하고 결국은 망해버린 예라 할 수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기업의 성장단계를 6가지로 나눠단계별 특징과 주로 직면하게 되는 문제점을 소개했다. 1단계=사업구상과 창업의 시기.창업자 자신이 곧 기업자체다. 상품개발.제조.자금조달.판매 모두 자신의 몫이다.이 단계 최대의 목표는 살아남는 것.그 최대과제는 자금조달과 고객확보다. 창업초기에 마련한 자금은 생각보다 빨리 바닥나고 고객 한 사람을 잡기도 버거운 시절.수많은 창업기업이 이 고비를 넘기지못하고 사라진다. 2단계=생존의 몸부림을 하는 시기.제법 기업의 형태를 갖추고 사업을 꾸려갈만한 고객과 판로를 확보했으나 겨우 수지타산을맞추는 정도다. 영업이나 총무쪽의 관리자를 두고 있으나 중요한 의사결정은 오너의 몫.단기적으론 현금회전을 원활하게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성장의 발판이 될 자본을 축적하는 게 이 단계를 넘기는 관건이다. 3단계=기업이 비로소 경제적으로 의미있는 정도의 시장을확보하고 어느정도 수익을 내기 시작하는 시기. 기능별로 전문화된 관리자를 두고 기본적인 금융.영업.생산시스템을 갖췄다.일상적인 기업운영에 대한 관리업무에서 오너의 역할이 줄어든다.언제까지고 이 단계에 머무르거나 외부환경 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해 한계기업으로 전락하는 예도 많다 . 4단계=본격적인 성장의 시기.오너는 사업확장에 기업의 에너지를 모두 결집시킨다.그러자면 현금흐름이 고갈되지 않도록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성장에 필요한 고급인력을 미리 확보하는 일이 긴요하다. 여기서 성공하면 지속적인 성장의 길로 들어서지만 실패하면 3단계로 퇴보하거나 아예 망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오너는 주요 의사결정엔 참여하지만 일상적인 기업운영에선 손을 떼고 경영전략도 핵심간부들과 역할을 분담한다. 5단계=기업이 양적.질적으로 한 차원 높게 이륙하는 시기.성장을 가속화하고 그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것이 관건이다.그러기 위해선 권한의 하부이양과 전문화된 자금관리.비용통제가 필요하다. 기업조직은 이제 오너가 직접 모든 것을 챙길 수 없을 정도로 분권화되고 복잡해진 사업을 다룰만한 능력있는 핵심간부가필요하다.여기서 오너가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내놓을 자세가 돼있지 않으면 더이상 대기업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6단계=기업의 일생에서 마지막인 성숙의 시기.급속한 성장으로 얻은 수익기반을 잘 관리하되 상대적으로 기업규모가 적은데서오는 융통성과 기동성을 살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이 시기의 기업은 장기전략을 세울만한 인력과 재원을 갖추고 분권화된 조직과 경험있는 전문경영진을 갖는다. 이 정도 기업이 되면 소유주는 자금이나 기업운영면에서 기업과거의 분리되는 게 보통이다. 이때 창업초기의.기업가 정신'을 그대로 가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많은 기업들이 조직의 관료화가 나타나 이른바.화석화'단계로 넘어간다는 게 문제다. 〈김종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