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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뿌까·뽀로로…한국판 미키마우스 더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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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미국 월트디즈니사의 캐릭터 미키(右)와 미니마우스가 지난달 18일 미키마우스 80세 생일을 맞아 일본 지바현 디즈니랜드호텔에서 파티를 벌이고 있다. [지바(일본) AFP=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가 캐릭터, 애니메이션, 만화 산업 등에 총 4132억원을 투자해 2013년까지 세계 5대 콘텐트 강국에 올라서겠다고 최근 밝혔다. 하나의 콘텐트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의 첫 지원 대상으로 캐릭터 ‘깜부’가 선정됐다.

세계 캐릭터 시장 규모는 1030억7600만 달러에 이른다(2006년 조사 결과). 한국 캐릭터 산업 규모는 50억1800만 달러로 점유율이 4.9%에 불과하다. 한국 캐릭터 산업의 발전 방향과 문화·경제적 가치 등을 짚어본다.

◆캐릭터 산업의 역사=미국 월트디즈니사의 만화영화 ‘증기선 윌리’에 나오는 쥐 캐릭터 ‘미키마우스’가 1930년 잉거솔사에 의해 시계상품으로 나온 것이 캐릭터 산업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워너브러더스 등 영화제작사를 중심으로 상업화돼 현재 1000여 종 이상 유명 캐릭터를 갖고 있다. 한국은 1983년 김수정 작가의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인기에 힘입어 1990년대 초부터 상업화되기 시작했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한창완 교수는 “그 시대에 유행하는 캐릭터를 통해 사회 분위기와 심리를 읽을 수 있다”며 “미국의 대공황 말기에 ‘수퍼맨’ ‘배트맨’ 등 영웅 캐릭터가 인기를 끈 것도 당시의 시대상황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캐릭터 매니어 중에는 자동차 핸들부터 옷, 벽지, 침대 커버까지 상품과 자신을 일체화하는 소비 욕구를 가진 이들도 있다”며 “캐릭터를 자신의 아바타(분신)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기자본주의 사회에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캐릭터를 대화 상대로 삼는 이들이 늘고 있는 탓”이라는 게 한 교수의 분석이다.

◆80세 미키마우스 vs 25세 둘리=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 중 하나인 미키마우스가 올해 여든 살이 됐다. 곰돌이 푸우도 미키마우스 못지않은 ‘유명인사’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캐릭터 인물사전』에 따르면, 곰돌이 푸우의 브랜드 가치는 170억 달러로 삼성(120억 달러)보다 높게 평가됐다.


우리나라 캐릭터의 ‘4대 천황’은 뿌까, 뽀로로, 둘리, 마시마로다. 이 중 ‘원 소스 멀티 유스’가 가장 잘된 캐릭터가 ‘둘리’다. 만화영화에서부터 뮤지컬, 영어비디오까지 다양한 상품이 나오면서 인기 캐릭터 반열에 올랐다.

캐릭터는 고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산업이다. 스크린이나 만화책에서 벗어나 문구부터 패션, 전자제품, 테마관까지 무한변신하기 때문이다. 뿌까 캐릭터 상품은 1300여 종가량 된다. 미키마우스 MP3 플레이어와 노트북도 있고 헬로 키티는 전화기부터 침대, 슬리퍼, 속옷, 가운까지 20대 여성을 위한 생활용품이 많다. 전남 장성군은 ‘홍길동 마을’을 만들어 지역브랜드로 키웠다. 일본 도쿄 외곽에는 헬로 키티 테마파크인 ‘퓨로랜드’가 있고, ‘딸기’ 캐릭터를 만든 국내 브랜드인 쌈지는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마을에 ‘딸기가 좋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캐릭터 산업이 발전하려면=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은 이제 막 세계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김락균 만화애니캐릭터팀장은 “해외 투자를 받아 애니메이션을 만든 후 세계시장에 진출하다 보니 캐릭터 원저작자가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트 강국인 일본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여러 회사가 제작위원회를 만들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부즈 김유경 부사장은 “개성 있고 독창적인 캐릭터가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는다”고 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명제는 ‘무(無)국적’ 성향이 강한 캐릭터 산업에선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짝퉁’ 캐릭터가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김 팀장은 “‘엽기토끼’ 마시마로 캐릭터 상품은 국내에서 1000만여 개가 판매되고 ‘짝퉁’ 상품이 1000만여 개가 팔렸다”며 “중국에서 마시마로에 스파이더맨 옷을 입혀 상표권 등록 후 판매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전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캐릭터 짝퉁 상품을 만들어 국내 시장을 빼앗는 바람에 캐릭터 산업 발전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박길자 기자

☞본지 7월 14일자 21면·7월 17일자 20면·7월 22일자 15면·11월 25일자 25면·11월 29일자 24면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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