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게이트>정치인수사 빗나가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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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 홍인길(洪仁吉).정재철(鄭在哲)의원이 10일 검찰에소환되는등 정치권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사건의 본질과는 다소 동떨어진 정치자금 수수 의혹 인물들의 명단이 유출되는 등정치인 수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한보에 거액을 대출하는데 개입한.외압'의실체규명임에도 그동안 업계에서 관행화된 정치자금 제공등.곁가지'가 전면에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검찰 주변에서는 특정세력이 이 사건의 배후를 희석하기 위해 정보를 흘리는 방법으로 수사에물타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검찰 역시 수사의 초점을 대출압력을 대가로 한 금품수수에 맞춰 왔다.검찰 수뇌부는 대선자금이나 정치자금은 수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못박았었다. 그러나 검찰의 의도와는 달리 정치인 수사 착수와 동시에 대권예비주자인 김덕룡(金德龍)의원을 비롯해 신한국당 박종웅(朴鍾雄).박성범(朴成範)의원과 문정수(文正秀)부산시장등 여권 인사들이 한보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구설수에 휘말 림으로써 한보수사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병국(崔炳國)중수부장도“확인되지 않는 정치인들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수사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물론 검찰은 정치권의 온갖 설(說)에 구애받지 않고 대가를 전제로 한정치인의 금품수수 수사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정태수(鄭泰守)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50여명의 정.관계 인사중 검찰의 최종수사 대상자는 10일 소환된 洪.鄭의원과 11일 출두할 예정인 국민회의 권노갑(權魯岬)의원을 포함해 1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정치인들이 鄭총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을 순수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억대를 넘는 거액일 경우 대가성(性)을 배제하기 어려워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검찰은 이미 설연휴 수사를 통해 상당한 정황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鄭총회장의 운전기사를 상대로 로비자금을 건네는상황에 대한 진술을 받아 낸데 이어 신광식(申光湜)제일은행장등전.현직 은행장들의 진술을 통해 구체적인 외압을 밝혀 낸 상태다.또 수사가 시작된 이후 한번도 조사하지 않 은 정보근(鄭譜根)회장을 10일 전격 소환한 것도 로비를 주도한 정치인들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정황증거를 수집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鄭회장은 수서(水西)사건 이후 한보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아버지와 정.관계 로비를 분담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진술이한보와 관련된 정치인 입장에서는 결정적 .살생부(殺生簿)'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철근 기자><사진설명>*** 대표와 밀담***한보에 대한 대출압력 행사혐의로 10일 검찰에 소환된 정재철 신한국당 전당대회의장이 출두직전 당사에서 이홍구 대표위원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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