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의지와 차가운 이성을 가진 철의 여인.방글라데시 국민들은 올해 49세의 셰이크 하시나 와제드 총리를 이렇게 평가한다.하시나 총리는 지난해 6월 방글라데시 총리에 취임하면서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눈물을 흘렸다.방글라데시의 국 부로 추앙받는 아버지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의 얼굴을 이제 떳떳이 대할 수있게 됐기 때문이다.지난 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셰이크 무지부르 라만 초대 방글라데시 대통령은 75년 군사 쿠데타때 피살됐다. 하시나는 이때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3명의 남동생,2명의삼촌및 친척등을 한꺼번에 잃었다. 당시 여동생인 레하나와 함께 서독에 가있던 하시나는 죽음을 면했고 그후 6년간 망명생활을 했다.이런 비극적 사건을 딛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하시나는 방글라데시의 내일을 짊어질 책임을 맡게 된 것이다. 하시나가 방글라데시 정계에 뛰어든 것은 80년대 들어서다.아버지가 이끌던 아와미연맹(AL)이 81년 총선에서 크게 도약함에 따라 하시나는 AL당수로 추대돼 귀국할 수 있었다.이때부터하시나는 본격적으로 정치가의 길을 걷게 됐다. 아버지의 고향이기도 한 퉁기파라에서 47년 태어난 하시나는 그러나 일찍이 정치와 인연을 맺어온 예비 정치가였다. 파키스탄 지배하에서 독립투쟁을 하며 여러번 투옥됐던 아버지를옆에서 지켜본 하시나는 다카대에 다니던 시절부터 학생연맹 지도자를 맡는등 정치활동에 나선 학생운동가였다. 최대 야당인 AL의 당수가 된 하시나는 82년 군사 쿠데타로집권한 후세인 무하마드 에르샤드 전대통령에게 대항해 나갔다. 이후 90년 당시 또다른 야당인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의 베굼 칼레다 지아(51)전총리와 손잡고 에르샤드정권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아버지 사망이후 지속된 15년간의 군사정권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하시나와 지아 두 여인의 관계는 묘하다. 두 여인은 불구대천의 원수이면서 정치적 연대와 대립을 거듭해온 경쟁자다.지아 전총리는 75년 하시나의 가족을 살해한 군사쿠데타 주역 지아 울 라만의 미망인이다. 77년 대통령에 취임한 지아 울 라만은 81년 발생한 또 다른 군사 쿠데타 과정에서 살해됐고,지아 여사는 이때부터 BNP당수를 맡아 정치 일선에 나섰다. 에르샤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개인적 원한을 묻어두고 연대했던 두 여인은 91년 총선에서 다시 부딪쳤다.1차전은 지아의승리였다. 대중들 앞에서 농담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하시나는국민들로부터 너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총선 결과는 하시나의패배였다. 초대 대통령인 아버지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이 사회주의 노선을채택,일당국가와 산업국유화를 주장하고 비종교적 정책을 펴 회교도가 대다수인 국민들의 반발을 샀던 것도 하시나에게는 부담이 됐다. 그러나 하시나는 와신상담끝에 결국 지난해 정권을 차지했다.여당인 BNP만이 참가했던 지난해 2월 총선 결과를 무효라선언한 하시나는 야당 대연합을 통한 장외투쟁끝에 재선거를 얻어냈고,6월 선거 결과 총리로 취임할 수 있었다. 총리 취임후 하시나는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자신의 집을 무지부르 라만 기념 박물관으로 만들고 해외공관및 정부 사무실에 자신의 사진 대신 아버지의 초상화를 거는등 아버지 추모에 나섰다. 파줄루 라흐만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는“하시나 총리는 자신보다 아버지가 더 존경받아야 할 인물이기 때문에 정부 사무실에 아버지 사진을 걸도록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정치노선과는 달리 자유시장주의를 신봉하는 하시나 총리는 국제정치학 서적을 탐독하며 여러가지 주제의 책을 저술하기도 한 지식인이다. .독재의 기원'이란 정치서적에서부터.가난의 추방'.거리 어린이들의 곤경'등 방글라데시의 가난에 대한 책을 저술하기도 한 하시나가 과연 어떻게 아버지의 위업을 이어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형기 기자〉
<아시아家閥>11.셰이크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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