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 가스펠 콰이어’ 첫 내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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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가 가장 좋아한다는 성가대가 한국에 온다. 1986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뜻을 이어받아 만들어진 ‘할렘 가스펠 콰이어’다. ‘할렘에서 피어난 꽃’ ‘할렘의 천사’라 불리는 이들은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한다.


뉴욕 할렘의 흑인 교회 커뮤니티에서 선발된 이들은 넬슨 만델라 석방기념 공연(9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위한 공연(95년), 록그룹 유투(U2)와의 공연(2004년) 등을 통해 세계적인 가스펠 그룹이 됐다.

이들은 지난해 말 할렘의 한 자선모금 공연에서 오바마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와 인연을 맺었다. 오바마는 “할렘 가스펠 콰이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가대”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으며, 최근 그들의 공연에 참석하기도 했다.

콰이어를 창단한 이는 팝계의 거물 알렌 베일리. 마이클 잭슨·프린스·라이오넬 리치 등을 조련했고 80년대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 ‘유에스에이 포 아프리카(USA for Africa)’등 팝 가수들의 자선모금 운동을 기획했다. 지금도 콰이어를 이끌고 있는 그를 전화로 만났다.

-오바마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지난해 뉴욕 할렘의 아폴로 극장에서 열린 자선모금 공연에서 오바마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를 만난 단원들. 맨 왼쪽이 리더 알렌 베일리다. [빈체로 제공]


“지난해 말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오바마가 할렘의 아폴로 극장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자선모금 이벤트를 열었다. 우리는 그가 연단에 오르기 전, ‘오 해피 데이(Oh Happy Day)’를 부르며 분위기를 돋웠다. 그는 ‘영혼을 울리는 노래’라고 칭찬해줬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후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고, 대선 캠페인 때도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오바마의 연설은 매우 음악적이다.

“리듬감은 흑인의 유전적 요소다. 오바마는 연설할 때 리듬감 있고 부드럽게 요지를 잘 표현한다. 그것이 사람들에게 변화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 것 같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부터 대통령의 자질을 갖췄고, 야망도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콰이어를 만든 계기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꿈꿨던 ‘사랑과 평화로 충만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음악으로 일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의 57번째 생일인 86년 1월 15일 콰이어를 만들었다.”

-록그룹 유투와의 협연은 큰 화제가 됐다.

“유투의 히트곡 ‘아이 스틸 해븐 파운드 왓 아임 루킹 포(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를 가스펠로 바꿔 불렀는데, 우연히 음반기획자가 듣고서, 유투와 접촉했다. 마침 유투도 우리와 작업하고 싶다고 해서 협연이 이뤄졌다. 예수를 위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rock), 신을 위해 구른다(roll)는 점에서 우리도 록큰롤 그룹이다.(웃음)”

-가스펠의 매력은 무엇인가.

“어머니는 늘 ‘흑인은 돈이 없어 정신과 의사를 만날 수 없다. 그래서 대신 일요일에 교회에 간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교회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위안 받는다. 가스펠은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음악이다. 비 영어권 국가에서 공연할 때도 관객들은 함께 발을 구르고, 손뼉 치며 합창한다. 가스펠이 인종·국가·종교에 상관없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된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오 해피 데이’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등의 노래를 부른다. 일요일 오후 할렘의 흑인 교회에서 폭발하는 흥과 기운을 그대로 전달할 것이다.” 02-599-5743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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