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 IT] IT는 친환경 성장동력 ‘그린 비즈니스’세상 성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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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요즘 세계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친환경 녹색 비즈니스인 ‘그린(Green)’ 경영을 앞다퉈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에너지 효율을 약간 개선한 제품이나 기술을 내세우는 수준이다. 또 일반인은 그린 비즈니스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친환경 제품 개발 사업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그린 경영은 그 핵심에 정보기술(IT)이 녹아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론 모든 산업구조에 첨단 IT를 접목해 저이산화탄소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게 그린 경영이다.

시스코시스템즈는 2006년 말 14개 핵심 조직 임원들이 참여하는 환경위원회 ‘에코보드(EcoBoard)’가 출범하면서 그린 경영에 나섰다. 시스코는 사무실 건축부터 에너지 효율성을 철저히 따졌다. 사내 전기·전력 장비들의 사용 실태를 자동 파악하고 에너지 소모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첨단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본사 건물 25개에서만 495만㎾의 에너지를 줄였다. 생활 편의시설도 바꿨다. 본사 화장실엔 물이 필요 없는 친환경 변기가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연간 15만L의 물을 절약한다.

이런 성과가 알려지자 최근엔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시스코에 그린 비즈니스 컨설팅을 요청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시는 주민들이 도심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집 주변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첨단 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접목한 공공 사무공간 ‘스마트 워크 센터’를 마련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고자 이동 중 업무 지원은 물론 실시간 교통정보가 제공되는 ‘커넥티드 버스’와 시민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교통정보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다른 IT업체들도 요즘엔 속속 그린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다. IBM은 친환경 솔루션 및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로 새로운 모멘텀을 꾀하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 내놓은 그린 솔루션은 기업들이 컴퓨터 시스템이나 데이터베이스, 생산라인까지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게 해준다. EMC도 대용량 데이터 저장장치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가상화 솔루션’을 내놓았다.

IT 기업들은 그린 산업에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 각자 보유한 기술을 그린 비즈니스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그린 IT 시장의 잠재력도 크다. IT 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억3000만t으로 항공업계에 못지않다. 2020년에는 14억t에 달할 것이라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예측도 있었다. 따라서 IT업계는 앞으로 그린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주도적으로 개척해 인터넷·이동통신에 이은 제3의 혁명인 그린 시대를 이끌어야 한다.

강성욱 시스코시스템즈 아시아 총괄 사장 (skhang@cis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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