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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 파키스탄 조직 대원이라고 자백” 인도 언론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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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43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 뭄바이 테러범들에 대한 진압작전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이들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28일 “인도 당국이 체포한 범인들을 신문하고 있는 만큼 곧 답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이들이 누구인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파키스탄 LeT 의심=인도의 PTI통신은 28일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당국이 타지마할 호텔에서 3명의 테러범을 체포했으며, 이들로부터 자신이 ‘라시카르-에-토이바(Lashkar-e-Toiba, LeT)’ 대원이라는 자백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선(善)의 군대(Army of Good)’란 뜻의 LeT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창설된 남아시아 최대의 이슬람 무장단체다. 현재 파키스탄 동부 라호르 인근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 단체는 평소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의 존재 이유는 인도를 붕괴시키고 힌두교와 유대교를 뿌리뽑는 것”이라고 밝혀왔다. 아울러 인도와 파키스탄의 영토분쟁 지역인 카슈미르 분리운동 등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도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지원을 받는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LeT는 27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뭄바이 테러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인도 국가안보대(NSG) 소속 특공대원이 28일 로프를 잡고 헬기에서 뭄바이 나리만 지구의 유대교센터 지붕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 테러범들에게 점령당한 이 건물 에는 6명 이상의 유대인이 인질로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목격자들은 지붕에 내린 17명의 특공대원이 건물 안으로 진입한 후 총성이 들려왔다고 전했다. [뭄바이 AFP=연합뉴스]

◆주목받는 ‘인도 무자헤딘’=인도 내 자생조직인 ‘인도 무자헤딘’도 용의선상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인도 경찰이 2001년 불법 단체로 지정한 ‘인도이슬람학생운동’의 산하 조직이다. 2006년 뭄바이 통근 열차 테러 등 최근 2~3년간 인도에서 발생한 주요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해 왔다. 5월에는 “인도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지지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주요 관광지를 공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카메라에 포착된 일부 테러범의 모습이 소년처럼 어려 보였다는 점도 이들이 이슬람 학생 무장조직 출신일 것이란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해외 유력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가 전형적인 알카에다 방식과는 달랐다고 말한다.

철저히 훈련된 병력이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 테러를 자행했다는 점이 알카에다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는 9·11테러 이후 이미 일반화된 양상이라는 것이다. BBC방송은 “알카에다가 자살폭탄 테러를 선호해온 데 비해 이번 테러범들은 소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투척했다”며 “오히려 소규모 게릴라전에 가까웠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남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 크리스틴 페어는 “인도 사람들은 이번 사건이 알카에다와 연관됐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국내 문제지, 인도판 9·11테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의 분쟁 연구기관 ICPVTR의 로한 구나라트나 대표도 “예전엔 인도에서 발생한 테러 대부분이 파키스탄과 연관돼 있었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고 말했다.

◆‘데칸 무자헤딘’은 유령단체=테러가 발생한 26일 밤 인도의 각 언론사에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데칸 무자헤딘(Deccan Mujahideen)’이란 조직 명의의 e-메일이 배달됐다. 데칸은 인도 남부의 하이데라바드 인근 지역, 혹은 데칸 고원이 자리 잡은 인도의 중남부 전체를 지칭한다.

무자헤딘은 ‘성스러운 전사(戰士)’를 뜻하는 아랍어다. 그러나 영국의 안보전문가 사잔 고헬은 “데칸 무자헤딘은 상징적인 이름”이라며 “실제 이런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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