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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미디어와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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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7일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 영업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 한결 탄력을 받게 됐다. 그간 코바코 때문에 시청률이 높아도 제 값을 못 받았다고 주장해온 지상파 방송사들은 일단 환영이다. 단 공·민영 논쟁에 휘말린 MBC는 정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외 지상파마저 거대 광고주의 영향에 직접 노출될 것이라든지, 전반적인 광고요금 인상과 여타 매체의 광고 한파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물론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코바코 폐지를 ‘5공 청산’이라 보고,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광고시장의 확대를 확신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9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민영 미디어렙 도입 시 전체 광고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4%에서 5.2%로 오르고 방송광고 시장 성장률도 2%에서 8%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최근 방석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은 “경기침체로 지상파는 물론 유료 방송·인터넷·신문 등의 광고가 줄고 있는 요즘, 전체 광고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전체 광고 시장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필요하다”는 그는 “광고 시장에 대한 분석을 하려 해도 통계나 DB 구축이 제대로 안 돼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광고 관련 기구의 존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전체 광고 시장에 대한 이해와 미디어 정책이다. 그간 국내 업계는 속속 등장하는 신규 매체들이 하나같이 가입비보다는 광고 위주 정책을 펴고, 그런 저가 정책이 제 발목을 잡는 악순환에서 빠져 있었다. 손해 보면서도 싼 가입비로 시청자를 확보하고 부족한 재원을 광고로만 채우려 하니, 저급한 시청률 경쟁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무료 매체 시장과 차별화된 유료 시장도 자리 잡지 못했다. 제 살 깎아먹는 가입비 할인 경쟁을 불사하는 위성과 케이블이나, 수신료보다 광고수익이 3배쯤 높은 공영방송이 다 비슷한 형편이다.

이런 미디어 관행으로 가뜩이나 공짜에 약한 소비자들은 문화 상품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행위를 어쩐지 손해 보는 일쯤으로 여기게 돼 버렸다. 무료 시장과 유료 시장을 구분하고, 한정된 광고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보다 큰 그림의 미디어 정책이 필요하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