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탄신600주년심층점검>3.한글의 문화상품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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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오늘날 정보와 광고의 범람 속에서 우리의 글자인 한글은 하나의 시각 경험으로 강력하게 다가서고 있다. 한글 자체가 시각적 이미지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우리 고유의 독창성을 가장 뚜렷이 담고 있는 한글이 가장 좋은 문자체계라는 점을 세계학계가 일찍이 인정한바 있다. 마찬가지로 외국의 여러 시각디자이너들은 한글 자체의 형태적.조형적 아름다움에 감탄과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같은 한글의 아름다움은 우리 문화의 부가가치 그 자체다.한글꼴이나 한글에 의해 형상화된 구체적인 상품의 시각적 부가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한글의 시각적 부가가치는 1차적으로 멋진 한글 글자꼴디자인에서 생겨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부가가치는 그렇게 디자인해 놓은 한글글자꼴을 아름답게 그리고 기능적으로 부리는데서 온다. 바로 이같은 작업을 타이포그래피라고 한다.거리의 타이포그래피,패션의 타이포그래피,포장의 타이포그래피,컴퓨터 그래픽의 타이포그래피,신문의 타이포그래피,건물의 타이포그래피,비행기의 타이포그래피,전시장의 타이포그래피등은 현대의 모든 시 각 정보문화의 뼈대를 이루는 인프라다. 김포공항을 들어서는 외국인의 우리나라에 대한 시각적 인상은.KIMPO'라고 크게 써있는 글자의 간판에서부터 온다. 그리고 입국신고서,공항내의 각종 표지판들,광고등에 나타난 글자에 의한 인상은 바로 그 나라의 문화적 인상 그 자체다.나아가 상품의 포장,책의 표지,간판등은 또 하나의 문화적 인상인 것이다. 이같은 문화적 인상이 무형의 가치를 창출한다면 한글은곧 문화상품이기도 하다. 모든 제품 결과물에 씌어 있는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제대로 아름답게 다뤄 생기는 이미지의 총화를 가리키는 것이다. 한글문화상품이란 한글을 사용한 단기간의 구체적 상품 개발만이목적일 수 없다. 이미 개발된 모든 상품에 한글이 더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쓰일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을 높이면 그것이 곧 한글의 문화상품 개발이 될 것이다. 우리 주변의 모든 글자 환경은 곧 한글문화상품의 대상이다. 어느 나라에 가선 그 나라 자동차 번호판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그것을 수집.보관하는 예도 있다.우리는 영어 상표나 영문 글씨가 찍힌 티셔츠를 한글 무늬나 글자로 인쇄된 티셔츠보다 당연히 비싸게 구입한다. 그것은 영문에 비해 한글의 시각적 부가가치를 우리 스스로 값싸게 매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다. 이런 점에서 이제 우리도 훌륭한 형태와 조형미를 지닌 한글 시각문화의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그러기 위해 인프라를 개선하는 디자인 운동,곧 한글 타이포그래피 운동을 나는 제안한다. 한글 타이포그래피 운동이란 우리 주변의 모든 글자 정보대상물에 대한 디자인화다. 그것은 진정 한글문화를 담는 그릇을 만드는 일이다. 〈시각디자이너.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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