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는 멀미약 일시적 치매 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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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인도네시아 아들 집을 방문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김모(82) 할머니. 그는 비행기 안에서 짐을 쌌다 풀었다 하고,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아들 집에 도착해서도 자신이 사는 집에 아들네가 놀러 온 것으로 착각해 가족을 당황하게 했다. 귀국 일정을 앞당겨 병원을 찾은 가족은 어머니의 치매 증상이 멀미를 예방하기 위해 귀밑에 붙인 멀미약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한시름 놓았다.

삼성서울병원 기억장애클리닉 나덕렬·서상원 교수팀은 여행 중에 치매가 발생한 7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공통적으로 패치형 멀미약을 붙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멀미약을 붙인 뒤 평균 11.7시간 뒤에 정신혼란. 언어장애, 방향감 상실, 망상, 착시, 반복 행동을 보였다. 이런 증상은 패치를 제거하고 몇 시간 뒤에 사라졌지만 이틀 동안 지속된 환자도 있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2세였고, 모두 여성이었다.

원인은 패치형 멀미약에 함유된 스코폴라민이라는 성분으로 추정됐다. 스코폴라민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인지 능력을 높여주는 아세틸콜린(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의 활성을 떨어뜨린다. 보통 패치 한 개에는 스코폴라민이 1.5㎎ 함유돼 있다.

나 교수는 “이번 논문이 발표됐을 때 많은 신경과 의사들이 비슷한 환자를 본 경험이 있었다고 말했다”며 “노년 여성들은 멀미약 선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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