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들 黨민주화요구 뒤숭숭한 신한국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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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 내부 공기가 심상찮다. 노동법파문에 한보사태가 겹쳐 정권위기론이 팽배한 가운데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지도부에 대한 불평.불만이 거름없이 표출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삼삼오오 이뤄지던 자괴감.비판의 목소리가“그동안 당지도부가 시키는대로 다 따라했는데 이젠 우리도 말좀 하자”며점차 공감대 확산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10월회(총무 劉容泰의원)소속 20여명은 3일 오전 국회에서 시국토론을 벌일 계획이어서 당지도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간사인 이재오(李在五.서울은평을)의원은“비공개로 결론이 날 때까지 토론하고 결과를 발 표하겠다”고말했다. 이들은 노동법 파문이 한창이던 지난달 22일의 의원총회 직후부터 2~3명씩 개별적으로 만나면서 의견을 나눠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이때부터 별의별 말이 다 나왔다고 한다.“이대로 가다간정권 재창출은 물건너 간다”“정치판의 분위기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거수기로 전락한 모습이 창피해 지역구민도 못만난다”는등이다.와중에 한보사태가 터지면서 초선의원들의 위 기감.불만은 더욱 증폭됐다. 이들의 요구는 대략 두가지로 정리된다.노동법및 한보사태에 대한 입장표명과 당내 민주화등 당풍쇄신이다. 노동법사태에 대해선 일부 의원들이“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느냐”며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거기에는“우리보고 새벽에 거수기노릇시킬 때는 언제고 막상 문제가 생기니까 모두 발을 빼는거냐”는 감정적인 불쾌감도 상당히 섞여있는 분위기다 . 초선의원들은 또 한보사태와 관련해서도.예외없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김문수(金文洙.부천소사)의원은“한보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절대 정치적 흥정이 있으면 안된다.그러면 정치권 전체의 공멸이 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이들의 당내 민주화 요구다.차기 대선후보 경선문제까지 언급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초선의원은“그동안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낙점하는 인사가 결국 차기후보가 될 것이라는 말들을 했다.그러나요즘은 김심(金心)보다는 민심이 후보결정의 전제조건이 돼야하고일방적인 낙점으론 당이 망한다는 인식이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초선의원들은 또“국회의장과 원내총무등 선출직만큼은 선거에 의해 뽑혀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찻잔속의태풍'으로 끝날 가능성도 많지만 최근의 민심이반 현상에 편승하고 집권후반기 권력누수와 맞물릴 경우 파장이 의외로 커질 수도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종혁 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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