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융가에 特融불가 파문-은행도산 방치論 확대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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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보 사태로 타격을 입은 은행들이 엎친데 덮친격으로.이석채(李錫采)쇼크'에 휘말렸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은행들의 국제금융시장 신용도가 내려가고 있는 판에“은행에 대한 한은특융은 불가능하다”는 李수석의 발언이확대해석되면서 일이 커진 것이다.가장 먼저 문제가 생긴 곳은 일본.일본의 단자사를 비롯해 일부 은행들이 우리 은행 해외지점에 돈을 안돌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달 31일 한국 정부에 대책마련을촉구하기에 이르렀다.이같은 일은 국제 금융관례상 매우 이례적인일이다. 이에따라 이경식(李經植)한은총재가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李총재는“현재로는 한은특융을 거론할 상태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답했으나 앞으로 상황이 어려워지면 특융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미 은행들의 해외 차입금리는 올라가고 있다.해외 평균 단기차입금리는 지난달 30일 현재 런던은행간금리(LIBOR)+0.32%로 한보 부도이후 0.05%포인트 올랐다.국제 금리에서 0.05%포인트는 매우 큰 폭이다. 특히 한보의 주거래은행으로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S&P사로부터.요주의대상'으로 분류된 제일은행은 장기차입인 변동금리부채권3년물 금리가 1월중순 LIBOR+0.4%에서 1월말 LIBOR+0.8%로 무려 0.4%포인트나 뛰었다. 제일.서울.상업은행등은 단기차입인 신디케이트론 3개월물 금리가 1월말 LIBOR+0.35~0.4%로 보름새 0.1%포인트상승했다. 일본 은행들도 95년 다이와 파문으로 해외 차입금리가 몇개월간 계속 올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한편 도쿄 금융가에서는.코리안 프리미엄'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재작년 말부터 부실채권으로 인한 금융위기로 일본 금융기관들이 유럽에서 해외자금 조달시 평균금리에다 웃돈을 붙여주는.재팬프리미엄'의 재판이다.한보사건으로 신용이 떨어지 면서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지난달 말부터 급전(急錢)을 구할 때 웃돈을 붙여줘야 하고 지난달 31일에는 코리안 프리미엄이 0.07%포인트까지 높아졌다. 한국계 은행의 일본 현지영업은 매우 단순하다.현지 한국기업이나 재일동포를 상대로 예금을 받고 있지만 그 금액은 미미하다. 따라서 실세금리 2% 수준인 일본의 은행이나 단자회사로부터 돈을 빌리고 여기에다 수수료 명목으로 0.5~1%포인트의 웃돈을 붙여 재일동포나 한국계 기업에 대출해주는,말하자면.금융복덕방'역할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일본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꺼리면 곧바로 결제에 지장을받게 되고 자금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리안 프리미엄은 은행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오래전 일본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일수록,또 도쿄보다 오사카(大阪)쪽의 프리미엄 상승폭이 두드러지고 있다.80년대 후반 일본에서 거품경제가 진행될때 한국계 금융기관도 부실대출이 많아 그 이전에 진출한 은행일수록 신용이 떨어지고 있다.특히 오사카의 경우 부동산.건설분야의 재일동포에게 집중적으로 대출을 해주었고 이것이 아직까지 부실채권으로 남아있어 한보사건으로 인한 코리안 프리미엄이 더 높게 적용되고 있다.〈이철호 도쿄특파원.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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