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호불호를 조금만 다독거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당대의 싱어송라이터 이승환의 앨범은 언제나 변함없이 듣는 이들에게포만감을 선사한다.오태호와 함께 만든“2.5.共.感”을 포함해89년의 데뷔앨범부터 올 겨울 시즌을 달구고 있는 다섯번째 앨범 .CYCLE'에 이르도록 그는 단 한번도 90년대의 수용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는.앨범'의 가치와 의무를 꿰뚫어보는 보기드문 셀프프로듀서며 시장의 구매행위를 지배하는 한계효용의 법칙에 대한 충직한 수행자이고 팔색조의 다채로운 장르의 날개를 가지런히 빚어낼줄 아는 주류의 거의 마지막 수호자다. 또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이승환은 80년대에 걸쳐 조용필이 토대를 닦은 한국 팝,곧 한국 주류음악의 진지한 계승자면서 동시에 한국 대중음악사의 최고 황금시대로 평가되는 80년대 중후반의 또하나의 굵은 줄기인 이른바.언더그라운드'진영 의 방법론적핵심을 내면화하는 행복한 조화를 달성했다. 즉 그는 이문세와 변진섭에 의해 아성을 굳힌 발라드의 코드를더욱 진진하게 연금하는 한편 브라운관을 중심으로 하는 매스미디어의 논리에 저당잡히지 않고 앨범 자체의 완성도와 라이브 콘서트의 현장성을 중시했던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적 토 대를 수용했다.이로써 단명의 아이돌 스타를 넘어서는 90년대의 음악감독의 위치를 스스로 구축했던 것이다. 앨범의 종합적 완성도에 대한 지나치리 만큼의 결벽성과 놀라운집중력은 무려 열여섯 트랙을 담은 이번 앨범에서 풍요롭게 펼쳐진다. 각기 다른 스타일로 제공되는 .아이에서 어른으로'의 세개의 버전이 전주.간주.후주의 역할을 하며 이 앨범의 버거운 다양성에 한결의 통일성을 부여하는 사이로 이승환은 한껏 무르익은 장르의 요리사처럼 엄청난 물량의 재료를 아낌없이 투 입해 댄스뮤직의 시퀀서 사운드가 아닌 당대의 주류적 감수성의 실체를타진한다. 온건하고 보수적인 가운데 응축된 다이내미즘을 보였던 이전 앨범에 비하면 그는 좀더 성숙하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관측한다.그리고 그 집요한 관측의 말미엔 웅장한 클라이맥스 진행을 지닌.가족'이 놓여있다. 동시대의 음악감독과 협업을 펼치는 그 특유의 흡인력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된다.공동 프로듀서로 영입한 96년 시즌의 숨은 주인공 유희열과 이 앨범의 또다른 카드인.흡혈귀'와.미용실에서'의 작곡을 맡은 지누는 이 명민한 싱어송 라 이터가 그리는 확고한 원칙 위에 다양한 변신의 모티브를 불어넣는다. 이승환에겐 서태지처럼 한시대의 흐름을 장악하는 카리스마스적인측면이나 정석원의 탁월한 시류감각,혹은 신해철의 왕성한 자기 실현의 의욕과 강산에의 삐딱하지만 소박한 직진의 에너지는 다소엷을지 모르나 어쩌면 이들 모두에게 조금씩 결 여된 강인한 구심력을 단단하게 형상화한다.그것이야말로 대중음악의 인프라인 팝의 진정성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
<록&論>이승환,진정성있는 주류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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