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오바마 정부서도 유임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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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행정부 조각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북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6자회담의 주요 성과물인 9·19 공동성명과 북핵시설 불능화 합의, 핵신고서 제출, 테러지원국 해제 등은 대부분 힐 차관보의 손을 거쳐 이뤄졌다.

당초 힐 차관보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함께 대북 정책 라인에서 물러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힐 차관보가 주도한 북핵 협상의 결과가 지나치게 양보를 많이 한 것이라는 비판이 미국 조야에 많이 퍼져 있고, 오바마 진영의 외교안보 담당자들도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으로 내정되고 인사권까지 갖게 됨에 따라 힐 차관보가 다시 부상할 여지가 생겨났다. 연결고리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힐러리 캠프에 가담한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 대사다. 홀브룩은 자신의 부하로 일했던 힐 차관보에게 각별한 신뢰를 갖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힐러리 의원이 국무장관에 내정됨에 따라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 조정관이나 홀브룩 전 대사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만일 홀브룩이 중용되면 힐 차관보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가 차관급으로 승진하거나 대북정책 조정관 또는 대북 특사를 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음 달 8일 베이징에서 재개될 북핵 6자회담에서 비핵화 2단계(불능화) 마무리와 핵검증 합의란 성과를 이끌어 낼 경우 힐 차관보가 살아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전망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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