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타민] 개인회생 중 쪼들려도 양육비는 제때 보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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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A씨는 2005년 아내와 이혼했다. 어린 두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은 아내에게 줬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한 아이당 한 달에 50만원씩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빚이 많았던 관계로 양육비 지급 시점은 3년 뒤인 올해 4월부터로 정하는 가정법원의 조정 결정에 합의했다.

한달 뒤 A씨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개인회생 신청을 했다. 그해 말 인가결정을 받아냈다. 개인회생은 수입이 있는 채무자가 일정 금액을 5년 이내에 갚아 나가면 나머지 빚을 면책받는 제도다. 월급이 300만원 정도 되던 A씨는 매달 130여만원을 빚 변제에 썼다.

3년이 지나 양육비 지급 시점이 돌아왔지만 A씨는 빚을 갚고 남은 170여만원 중에 100만원을 양육비로 지급하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는 ‘개인회생 절차가 끝나는 2010년 말부터 양육비를 주겠다. 다만 앞으로 3년 동안 못 준 양육비는 아이들이 성년이 된 이후에 주겠다’는 이혼 당시 조정 결정에 대해 법원에 항고를 했다.

하지만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는 A씨의 항고를 기각했다. “조정이 성립할 때 양육비 지급 시기를 3년 뒤로 정해 A씨의 경제적 형편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조정이 성립한 뒤 개인회생 인가 결정을 받았다는 것은 오히려 A씨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게 변경된 사정”이라며 “양육비 액수가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이혼자 중에 금융위기 등으로 경제 상황이 나빠져 개인회생절차를 밟는 사람이 많지만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자녀에 대한 양육비는 제때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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